[글마당] 기차역에서
퇴근길 기차칸마다 채운 하루의 이야기를 싣고
각자가 내는 소리를 큰 기계음으로 감추며
플랫폼으로 스칠 듯 들어온다
무임승차한 머릿속 상념은
차창 밖으로 흘려 버리고 감정을 털어낸다
칸칸이 채워져 있던 일과는
스마트폰에 다시 넣어서 잠근다
눈 부신 해를 가득 싣고 와서
두 팔 올린 승리에 더워진 가슴은
목적지의 환희를 채운다
가방에 들어있는 우산 속에는
오늘의 실패를 감추며
바쁜 발걸음으로 차가운 계단을 내려온다
기차에 칸칸이 채워놓았던 각자의 시는
서로를 만나지 못한 채 흔적을 남겨놓고
떨어뜨리지 말아야 할 것을 모두 싣고
길고 긴 시집은 다시 떠난다.
최양숙 / 시인·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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