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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우리가 미처 모르는 기념일들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쳐서 그렇지, 뜻깊은 기념일이 참 많다.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기념일은 공휴일로 지정되어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돼있다. 그런가 하면, 삼겹살 데이(3월3일)니 빼빼로 데이(11월11일), 짜장면 먹는 블랙데이(4월14일)처럼 재미로 만들었거나, 업자들의 농간 냄새 물씬한 기념일도 많고, 자꾸만 새로 생겨난다. 세계 행복의 날(3월20일), 세계 강아지의 날(3월23일), 지구의 날(4월22일), 한국 김치의 날(11월22일)도 있다. 그것 참, 무슨무슨 날이 참 많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은 잊어버리면 큰일 나는 중요한 기념일이고, 가족적으로는 제삿날이나 부모님 기일 등이 있고, 민족적으로는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며칠을 내리 놀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일 년 365일이 모두 기념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날마다 축제처럼 즐겁게 살자는 뜻이라면 나쁠 것도 없겠지만, 일은 언제 하나 싶다. 하기야, 어느 하루인들 소중하지 않으랴만….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을 것 같은 기념일도 적지 않다.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한국의 정부 차원에서 그렇게 지정했다고 한다. 이 날만이라도 부부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사랑을 다지자는 뜻인 모양이다. 부부의 날을 5월 21일로 정한 이유는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 사랑까지 챙기는 정부의 깊은 뜻이 참으로 고맙다. 눈물겹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민은 이 거룩한(?) 기념일을 그냥 지나치는 모양이다. 안타깝다.
 


3월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역사가 아주 깊은 기념일이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왜 여성의 날만 있냐고 투덜대는 남성들을 위해 ‘세계 남성의 날’도 있다. 11월19일이다. 1990년대에 시작된 이 날은 유엔이 지정한 공식 기념일은 아니지만, 영국을 포함해 약 80개국에서 기념한다고 한다. “남성들이 이 세계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기념하고, 남성과 여성의 관계 개선 등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날이라는 설명이다. 그것 참!
 
‘세계 여성의 날’은 단순히 축제로 기념하는 것으로는 모자란다. 1911년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과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기념한 이래 지난 100여년간 전 세계 많은 사람이 3월8일을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날로 기념해왔다.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면,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 노동자들의 운동에서 유래됐다. 여성들이 사회, 경제, 정치 등 전반에 걸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싸워서 쟁취했는지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간절하게 거리에 나와 동등한 권리를 위해 투쟁했다.
 
여성의 날을 최초로 만든 클라라 체트킨(1857~1933)은 이날을 국제 기념일로 만들어야 한다고 1910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 국제 콘퍼런스에서 제안했고, 회의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그녀의 제안에 찬성했다. 그리고 1975년 유엔이 3월8일을 공식적으로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무려 65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세계 여성의 날’이 3월8일로 정해진 것은, 1917년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내세우며 벌인 대규모 파업이 성공하여, 정부로부터 여성 참정권을 얻어낸 역사적 사건에 연유한다고 한다. ‘빵과 평화’ 시위가 시작된 날이 3월8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까마득하다. 우리 인류가 인류의 절반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무지막지한 짓을 그렇게도 오래 저질러왔다니….사회 전반에서 그랬고, 예술계에서도 그랬다. 긴말 할 것 없이,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것이 1920년 수정헌법 19조를 통해서였으니….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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