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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리더를 만나다] 살아보니 LA폭동은 나의 현실이었다

②데이비드 허 화가

미술계 주목받는 2세 작가
뉴욕 갤러리서 '사이구' 전시
"내 생일도 1992년 4월 29일
어머니가 한인 비극의 날 교육"
살면서 아시안 인종차별 절감
'어디에도 못 끼는 키즈' 탐구

데이비드 허 화가는 그림을 통해 정체성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요즘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화가다. 작업실에서 허 화가가 작품 활동을 하는 모습. [데이비드 허 제공]

데이비드 허 화가는 그림을 통해 정체성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요즘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화가다. 작업실에서 허 화가가 작품 활동을 하는 모습. [데이비드 허 제공]

유명 갤러리인 뉴욕 하시모토 컨템포러리에는 현재 ‘사이구(Saigu)’라는 제목의 그림이 내걸렸다. 시카고 지역 한인 2세 화가인 데이비드 허(31)씨의 작품이다. 세로 36인치, 가로 24인치 작품으로 휴대용 게임기 화면 속에 총을 들고 사업체를 지키는 한인들의 모습이 캔버스에 담겨있다. 그 옆에는 허씨가 ‘사이구’와 같은 사이즈로 그린 ‘로드니(Rodney)’라는 제목의 그림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허씨는 시카고예술대학 미술 석사(MFA) 출신이다. 그림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요즘 현대 미술계에서 신예 화가로 주목받고 있다. 허 작가에게 그가 걷고 있는 예술가로서의 여정을 물었다.
 
-왜 ‘사이구’를 그리게 됐나.
 
“내 생일도 ‘1992년 4월 29일’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축하와 함께 나와 같은 한인들에게는 비극적인 날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셨다. 그때만 해도 ‘사이구’는 나에게 하나의 역사였을 뿐이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미국 사회에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 인종주의, 계급주의 등이 얼마나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려낸 역사적 탐구의 작품이 바로 ‘사이구’다.”
 
-인종 문제의 뿌리를 알게 된 계기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었다. 이는 ‘사이구’를 촉발한 로드니 킹 사건과 겹쳐진다. 나에게 ‘사이구’는 더는 역사가 아닌 내가 사는 현실이었다. 31년의 시차가 있지만, 상황과 촉매제는 같다.”
 
-정체성이 작품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나는 세 가지 맛을 조합한 ‘나폴리탄 아이스크림’과 같다. 나의 부모님은 1980년대에 텍사스로 온 이민자였다. 이후 조지아에서 나를 낳았다. 나는 집에서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배웠고, 학교에서는 남부 특유의 문화와 신념 등을 익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시카고로 터전을 옮겼다. 이러한 다양한 배경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게다가 시카고는 근면한 노동자, 상인 등을 빗댄 ‘큰 어깨(Big Shoulder)의 도시’로 불린다. 시카고는 그동안 이민자로서 열심히 살아온 부모님의 인생 여정을 떠올리게 하는 도시다. 나는 이러한 다양한 배경 속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90년대생 예술가로서 작품의 공감 요소는.
 
“사회학에서는 최근 ‘제3 문화 아이들(Third Culture Kids)’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줄여서 ‘TCK’라고 하는데 이들은 사회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부모 세대 문화를 완전히 공감하지 못하고 동시에 주류 문화에 속하게끔 권유받지만, 그곳에서도 ‘다른 것’으로 분류된다. TCK는 이 때문에 표류하게 되고 일종의 ‘불분명한 지역’에 놓이게 된다. 나 역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제3의 문화’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려고 탐구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세대가 TCK를 목격하고 있고, 이는 앞으로 나의 작품 활동 속에서도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왜 미술을 하게 됐나.
 
“대부분의 이민자처럼 우리 부모님도 내가 예술가가 되는 것을 기뻐하지 않았다. 법이나 의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길 원했다. 때문에 미술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도 고등학교 진학 후였다. 이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되기까지 순탄하지 않았다. 나는 작업을 통해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의도적으로라도 창의적으로 살아가길 열망한다. 물론 전업 예술가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때론 ‘가면 증후군’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기에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계속 꿈을 꾸고 이러한 의식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게 나의 열망이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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