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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편지] 어린이날

우리나라 어린이날은 1923년 색동회와 천도교소년회 주관으로 제정되었다.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정된 국제어린이날보다 앞선다. 손병희의 사위이며 아동 문학가인 소파 방정환이 동학의 제2세 교조 해월 최시형 사상의 영향 하에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 전까지 ‘어리다’의 뜻은 ‘어리석다’는 의미뿐이었다. 동학혁명과 3·1만세독립운동의 정신이 ‘어린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새롭게 굳힌 것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인내천’ 사상이 인류 보편의 휴머니즘으로 발전한 좋은 예다.
 
사망률이 높은 전근대 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존엄성을 부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의 통과의례는 그만큼 중요했다. 고대 그리스의 경우 여자아이들을 위한 흥미로운 의식이 있었다. 아테네 근처 브라우론에 있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성역에서 해마다 행해지는 ‘브라우로니아(Brauronia) 페스티벌’이다. 사춘기 이전 8∼12세 여자아이들이 1년 동안 그곳에서 지낸 뒤, 떠나기 전에 치르는 행사다. 춤과 달리기 등 여러 종목으로 구성된 이 예식은 사춘기를 맞이하는 여성에게 상징적 의미와 함께 신체 단련의 의미도 있었다.
 
아르테미스 여신은 산모들의 수호신이기도 했다. 순산을 위해 아르테미스에게 빌었고, 출산 때 입었던 옷을 바치기도 했다. 아이들의 미래 건강을 빌며 그동안 생존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바쳐진 브라우론 성역의 석상들을 보고 있으면 아이를 사랑하는 고대 그리스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어린이날의 의의는 서구 전통의 어떠한 어린이 관념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근원적인 사상의 발로다. 방정환의 어린이 개념은 일체의 신화적 사유를 거부한다. 인간이 곧 하느님이라는 생각, 따라서 어린이가 곧 하느님이라는 사유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어린이날의 바른 의미를 깨달을 수 없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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