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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공무원 생리학

분명 관료주의에는 잘못이 있다. 느려 터졌고 무례하다. 참신한 기획을 방해하고 진보를 더디게 한다. 하지만 프랑스 관공서는 놀라우리만치 쓸모가 있다. 모든 종이 업체를 먹고 살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치 일 잘하는 하녀처럼 좀 못살게 굴어도 언제든 우리한테 지출을 하기 때문이다.
 
오노레 드 발자크 『공무원 생리학』
 
“공무원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는 책이다. 사실주의 문학의 거봉 발자크가 프랑스 7월 혁명과 2월 혁명 사이인 1842년 썼다. 『기자 생리학』과 함께 작품 연보에도 잘 나와 있지 않은 소품이지만, 인간 생리를 날카롭게 꿰뚫는 발자크식 르포르타주다. 결론은 19세기 프랑스 사회나 지금 한국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 “따라서 공무원을 최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 선망받는 직종이지만 사회적 악으로 지탄받기도 하는 공무원·정치인의 이중성을 잘 그렸다.
 
“이 청년은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치적 인간이거나 인간 정치 그 자체다.”(장관 비서관) “사무실에서 국장은 ‘개’ 아니면 ‘착한 아이’, 두 성격밖에 없다.” “사환은 관공서의 철학자이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걸 다 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국가 탓이라며 시간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공무원들을 훔친다. 적게 받기 때문에 적게 일한다.” 직종에 대한 생리학일 뿐 아니라 인간 군상 계보학으로도 흥미롭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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