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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에게

류정일 경제부 부장

류정일 경제부 부장

현대차·기아는 미국에 진출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사람으로 치면 서른은 ‘이립’, 공자는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는 때라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 현대차·기아를 보면 안정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행정소송, 집단소송은 일일이 세기도 어려워졌다. 잦은 도난이 납세자에 부담을 준다며 클리블랜드·세인트루이스·시애틀·샌디에이고 등 8개 지방 정부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 집단소송까지 더하면 30건에 달한다.
 
캘리포니아 등 18개 주의 검찰총장은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절도 챌린지’ 대상이 된 현대차·기아의 리콜을 촉구했다. 대형 보험사들은 일부 모델에 대해 보험 가입을 거절했다. 더 나아가 68개 보험사는 현대차·기아 때문에 손해가 6억 달러에 이른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퇴보인가. 1986년 미국에 처음 상륙한 현대차는 당시 ‘1대 가격에 2대를 살 수 있다’며 염가 판매 전략도 마다치 않았다. 없는 인지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타는 차가 일신했다는 1999년 워싱턴포스트(WP)의 평가는 미주 한인들에게도 힘이 됐다. 그렇게 순항하는가 싶었는데 지금은 절도예방 장치도 없어 훔치기 쉬운 차라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평소 현대차·기아를 아껴온 한인들도 상처를 입었다. 지난 3월 본지는 현대차의 서비스 불만족 기사를 실었다. 반복된 문제로 정비를 맡겼는데 원인은 못 찾고, 시간만 보내며 일상에 불편을 겪게 된 한인 운전자의 사례였다. 그런데 현대차 측은 “뭐 이런 게 1면 기삿감이냐”고 했다. 가족과 함께 프리웨이를 달리다가 차가 흔들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제보자가 들으면 서운함을 넘어 간담을 서늘케 할 반응이다.
 
한 보험 에이전트는 T사의 C모델을 타던 운전자가 요즘 쏘나타나 K5로 바꾸면 보험료가 10~15% 오른다고 알려왔다. 현대차·기아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하겠지만, 부수적인 소비자 피해는 이미 현실화됐다. 애국심이 끓어올라 도난, 안전, 손실 등 모든 것 감수하고 한국차만 타겠다고 하면 모를까 최근 현상도, 회사 측 대응도 아쉽다.
 
대신 현대차·기아는 법원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최근 절도에 취약한 차를 팔았다는 집단소송과 관련 법원에 이를 기각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여러 법원에 접수된 사건을 하나로 병합해 진행하는 다지구 소송(MDL)의 기각 요청으로 성공하면 한방에 여러 문제가 해결된다.  
 
지난 5일에는 3억2600만 달러 규모 ABS 브레이크 집단소송에서 법원이 현대차·기아의 손을 들어줬다. 주류시장에서는 큰손으로 통하며 넉넉한 인심을 보여줬다. 자동차 전문지 ‘오토에볼루션’은 최근 역대 수퍼보울 광고비 지출 자동차 회사 순위를 발표했는데 그중 2위는 기아로 14회에 걸쳐 1억3650만 달러를 썼고, 현대차는 5위로 10회 광고비로 1억725만 달러를 지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엄두도 못 내는 막대한 광고비를 쓰면서도 아시아계 시장에는 인색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현대차는 지난 2월 ‘내 사랑, 내 사위’ 광고를 선보이며 해당 광고 제작사와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를 위해 선보인 ‘첫’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 사회공헌활동 백서’에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천하고 이해관계자,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하여 상생, 협력하는 미래를 향한 진정한 파트너가 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정 회장이 말한 적극적으로 소통할 이해 관계자 대상에 미주 한인은 포함이 되는지, 또 상생하고 협력할 지역사회에 한인 사회는 들어있는 것인지 정 회장에게 묻고 싶다.

류정일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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