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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구 시어스, 현 윌리스 타워의 50주년

박춘호

박춘호

1973년 5월 3일. 당시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시어스 타워의 상량식이 있었다. 보통 상량식이라고 하면 목재 건물의 대들보 위에 상량을 올리는 의식을 말하지만 미국에서도 topping out이라고 비슷한 절차가 있다. 건물의 최상부 빔을 올리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즉 마감을 제외한 건물 완공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올해는 윌리스 타워, 구 시어스 타워가 50살이 되는 해다.
 
시어스 타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카고에 상징하는 바가 크다. 시카고에서는 존 행콕 센터를, 미국에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타워를 제치고 가장 높은 건물로 오랫동안 전세계에 알려졌다.  
 
물론 지금은 뉴욕의 원 프리덤 타워나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 등에 밀려 전세계에서 23번째로 높은 건물이 됐지만 지금까지도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인 측면에서 뛰어난 측면들이 많다.  
 
우선 110층 건물인 윌리스 타워는 9개의 튜브를 하나로 뭉친 형태다. 이를 통해 고층 건물이 가질 수밖에 없는 흔들림 현상을 대폭 줄이고 건물이 받는 하중은 줄이면서도 건물의 전체 무게는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여기에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유학생 파즐러 칸이 건물 엔지니어로 참여해 기여한 바가 크다.  
 


참고로 칸은 시카고에 본사를 둔 글로벌 건축기업 SOM에 일하면서 윌리스 타워 뿐만 아니라 존 행콕 센터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시안 유학생 출신의 엔지니어로 건축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던 칸이 윌리스 타워의 기본 설계자로 참여한 것이다. 칸이 당시 SOM의 리딩 건축가인 브루스 그래햄과 함께 성냥통에서 성냥개비 다발을 뽑아내 층층이 다르게 올라가는 윌리스 타워의 기본 건축 양식을 설명했다는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시카고의 고층 건물은 윌리스 타워를 중심으로 존 행콕 센터, 에이온 타워, 체이스 플라자, 프루덴셜 타워 등으로 시작했고 이후 등장한 세인트 레지스 시카고, 트럼프 타워, 아쿠아 빌딩으로 채워졌다. 시카고의 멋진 스카이라인은 이들 건물로 정점을 찍을 수 있었다.  
 
초고층 건물은 2011년 월드 트레이드 센터 테러와 금융위기 등의 대공황을 거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무실 수요가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더해졌다. 하지만 윌리스 타워는 최근 대형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마치고 새롭게 변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인들이 들어가는 입구에 캐탈록이라고 부르는 5층짜리 공간이 들어서 관광객을 비롯한 내방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시카고의 사무실 건물이 20%에 달하는 공실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윌리스 타워는 최근 사무실 면적의 90%에 테넌트가 들어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이 아직도 많은 면적을 쓰고 있으며 시카고 최대 로펌인 세이파스 쇼스 역시 윌리스 타워 80층에 자리하며 자연 채광의 장점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사실 윌리스 타워는 건물 계획 당시부터 세계 최고 높이를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당시 시어스사의 회사 문화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유통업을 선도하고 있던 시어스사는 시 서부 호만 스퀘어에 위치한 본사를 다운타운 웨스트 루프로 이전할 계획만 있었고 시 전역에 흩어져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을 한 건물에 모을 수 있도록 튼튼하고 충분한 면적의 건물을 선호했었다. 하지만 SOM이 제시한 최신 공법으로 110층 건물을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빨리 지을 수 있다는 점과 시어스사가 사용하고 남는 면적은 임대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임대의 경우 시어스와 거래하고 있던 골드만 삭스 등의 기업으로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아울러 103층에 위치한 스카이데크 전망대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초고층 건물로 계획을 수정했다고 알려졌다.  
 
윌리스 타워 스카이데크에는 렛지라고 부르는 외부 돌출형 투명 유리 전망대가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또 입구에서 스카이데크로 올라가는 공간에는 시카고의 역사와 문화 유산을 보여주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어 한 자리에서 시카고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가 됐다.
 
글로벌 보험사인 윌리스 사가 입주사로 들어오고 건물 이름을 바꾸는 naming right을 매입하면서 시어스 타워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건물은 블랙스톤 그룹이라는 부동산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데 2015년 거래 당시 가격은 13억달러였고 최근 5억달러를 투자해 건물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시어스사는 2010년대 중반 호프만 에스테이츠로 본사를 옮겼고 현재는 10여개의 스토어만 갖고 있을 정도로 사세가 줄어들었다. 1892년 설립된 이후 한때 미국에서 가장 큰 소매체인이었던 시어스는 우편 주문과 배달 방식으로 20세기 아마존으로 불렸던 시카고의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지금은 시카고언들만 시어스 타워라고 부르는 건물 이름으로만 남아 있지만 여전히 시카고를 상징하는 건물과 문화 아이콘으로 존재하고 있다.  
 
윌리스 타워라는 이름이 시카고언들에게는 아직 낯설다. 당장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 최근 스카이데크를 방문하면서 윌리스 타워가 아니라 시어스 타워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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