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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가기밀 유출범 테세이라와 Z세대

정 레지나 LA 독자

정 레지나 LA 독자

지난 4월 초 한 언론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국가기밀 문서 수십 개가 여러 소셜미디어로 리포스팅 된 것을 정보 당국보다 먼저 발견했다. 퍼 나른 대화방(server)의 주인장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돈바스걸’이었지만, 조사 끝에 유출 진원지는 미 공군 매사추세츠주방위군 소속 잭 테세이라 병사가 개설한 디스코드(Discord) 내의 서그쉐이커센트럴(Thug Shaker Central)이라는 대화방이었다.  
 
‘디스코드’는 1900만개의 대화방을 통해 매달 1억5000만명이 이용하는 인기 온라인게임 플랫폼이다. 대화방 입장은 초대로만 가능하고, 대다수 멤버들은 총기, 전쟁, 군대에 관심이 많고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10대와 젊은 군인들이다. 그래서 국방부는 모병 목적으로 디스코드에서 대화방을 운영한다. 또 이스포츠(Esports)를 지원하고 게임에 참가해 입대를 독려하며 실시간 게임 중계 사이트인 트위치(Twitch)에 모병 광고도 한다.
 
테세이라의 기밀 유출이 작년 10월부터로 알려진 것과 달리, 뉴욕타임스 탐사취재팀은 그가 디스코드의 유튜브와 연결된 다른 대화방에서 작년 2월부터 유출한 것을 확인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올 3월 19일까지 1년 이상 다량의 우크라이나전쟁 기밀과 국내 외의 극비 자료들이 유출됐다. 또 법무부 조사에 의하면, 그는 과거 인종적, 폭력적 발언과 함께 대량학살에도 관심을 보였으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본인의 전자기기들을 부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2013년 국가안보국 계약직이던 에드워드 스노우든이 기밀서류를 유출했을 때와는 반응이 사뭇 다르다. 당시 그를 내부고발자 혹은 매국노라는 논란이 비등했고 세계는 우방을 도청한 미국에 격노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부고발자나 매국노라는 말이 없고 도청당한 우방국들도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유출의 의미를 축소했다. 스노우든과 달리 범행 동기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기밀문서 접근 능력을 자랑하고 싶은 허세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테세이라의 이런 행동은 Z세대의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Z세대를 밀레니얼 세대와 분리해 기술한다. 1997~2012년 출생자를 일컫는 Z세대는 미국 인구의 20%로 이들은 벌써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세대 내 동질감이 강하고 짧은 콘텐트를 즐기며 부동산, 금융, 온라인 투자를 손쉽게 한다. 메신저 대신 아이폰 문자를 쓰며 아이폰 소유자가 83%에 이른다.  
 
Z세대에게 인터넷은 도구가 아닌 ‘공간’이다. 만남의 장소다. 이들은 완전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팀플레이를 선호하고 관계의 질을 중시한다. 가장 소중한 관계가 온라인에서 만들어지고, 같은 관심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 서로 돌보는 ‘부족 같은 관계(tribing)’를 형성한다. 국가 기밀 유출도 헌신과 충성심을 입증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존 델라 볼페 하버드 대학교수는 “Z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낯선 이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한다.  
 
Z세대는 디지털 교류로 소통하고 영향을 미친다. ‘비밀은 패배자의 것’이라고 생각해 봉급도 숨김없이 동료나 친구와 나눌 수 있다 한다. 이들은 공정성, 포용성, 다양성, 특히 투명성을 지지한다. 이런 Z세대의 특성이 정부의 기밀보안 정책에 걸림돌이 된 것이다.
 
온라인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어린 병사들의 감독과 통제가 국가 안보의 새 쟁점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지털 세대의 내부자 위협’이라 한다. 사실, 국방부는 나이 어린 군인의 기밀유출 가능성을 고심했었다. 외부에서 접근할 수 없는 온라인 비밀 대화방에서의 범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국가 안보의 큰 숙제가 됐다.  

정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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