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잡는 90분, 누구든 핀란드 사람된다
시수(Sisu)
핀란드 영화계의 귀재 잘마리 헬랜더의 또 다른 희귀작. 램보 스타일의 할리우드 액션, 쿠엔틴 타란티노식 미장센과 폭력씬들에 걸맞은 유머 코드와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제2차 세계 대전의 끝 무렵, 초토화된 핀란드 북부의 황야. 고독한 방랑자 아타미(요르마 토밀라)는 금광을 발견한다. 순금 몇 조각을 떼어 시가의 은행으로 현금화를 위해 떠나는 중, 나치군과 맞닥뜨린다. 패망을 눈 앞에 둔 나치 장교는 아타미의 금을 탐낸다. 그리고 곧 그가 '시수(Sisu)'라 불리는 전직 특공대의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어디에서도 '시수'라는 말의 뜻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어서다. 시수는 핀란드의 민족적 자긍심이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용기, 불굴의 정신력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니 아타미가 역경에 직면할수록 상상할 수 없는 용기와 결단력으로 앞길을 가로막는 나치 악당들을 때려 눕히리라는 걸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선과 악의 구분이 분명하다. 때문에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은 없다. 그러나 그 진행 과정은 예측 불가다. 소름 끼칠 정도로 사악한 나치 장교의 죽음에는 환호가 터진다. 나치군이 트럭에 실린 포로 여성들에게 지뢰밭을 지나게 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헬란더의 적당히 과장된 익살과 장난스러운 어조로 가득한 영화 '시수'는 성인용 로드 액션 어드벤처다. 한 순간의 긴장과 피투성이 폭력이 끝나면 바로 다음의 광기 액션이 기다리고 있다. 카탈루냐에서 개최된 판타지 호러필름축제 Sitge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헬란더의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놀라운 액션을 동반한 서사극 '시수'는 주인공 아타미를 불가사의한 안티 히어로의 영역에서 묘사한다. 그는 마지막 장면까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는다. 비열한 악당들과의 피비린내 나는 사투 끝에 아타미가 도착한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그는 무슨 말을 던질까.
김정 영화평론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