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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로 남는 폭동의 기억] 사라진 4·29…타운 기념행사 전무

오늘 폭동 31주년 기념일
타운도 정치권도 '무관심'
교훈 새기는 모임 아쉬워

LA의 벽화는 그날의 기억이 남긴 것을 보여준다. 단면에 그려진 메시지들이다. (1) 후버길 한 벽면에는 흑인 소녀가 미소 짓고 있다. 리커스토어 업주 두순자씨가 쏜 총에 맞아 숨진 라타샤 할린스다. 그의 죽음으로 흑인 사회의 분노가 촉발됐다. 15세 소녀의 웃음은 기억돼야 했다.

LA의 벽화는 그날의 기억이 남긴 것을 보여준다. 단면에 그려진 메시지들이다. (1) 후버길 한 벽면에는 흑인 소녀가 미소 짓고 있다. 리커스토어 업주 두순자씨가 쏜 총에 맞아 숨진 라타샤 할린스다. 그의 죽음으로 흑인 사회의 분노가 촉발됐다. 15세 소녀의 웃음은 기억돼야 했다.

막힌 벽에 대한 분노는 로드니 킹의 구타 장면으로 증폭됐다. 그 기억이 사우스 LA 54가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분노의 방아쇠는 결국 당겨졌다. 그날의 상처는 너무나도 쓰라렸다. 아물어야 했다.

막힌 벽에 대한 분노는 로드니 킹의 구타 장면으로 증폭됐다. 그 기억이 사우스 LA 54가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분노의 방아쇠는 결국 당겨졌다. 그날의 상처는 너무나도 쓰라렸다. 아물어야 했다.

잉글우드 지역 맨체스터 불러바드의 한 벽면에는 치유의 염원이 담겨있다. 인근 ‘S&H 리커스토어’의 한인 업주와 흑인 직원의 환한 얼굴이다. 저마다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 31년 전 오늘이 그렇다. 벽화는 서로 다른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잉글우드 지역 맨체스터 불러바드의 한 벽면에는 치유의 염원이 담겨있다. 인근 ‘S&H 리커스토어’의 한인 업주와 흑인 직원의 환한 얼굴이다. 저마다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 31년 전 오늘이 그렇다. 벽화는 서로 다른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4·29 LA폭동 31주년을 맞은 오늘(29일), 정치권과 한흑사회가 잠잠하다. 지난해에는 30주년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이를 알리는 기념행사조차 갖지 않고 있다.  
 
본지 조사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일부 주류 방송을 통해 LA폭동일을 알리는 보도가 가끔 나오고 있지만 한인 커뮤니티가 입은 피해 내용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사건의 원인으로 한흑갈등을 조명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치권 역시 별다른 언급 없이 이날을 보내고 있다. LA시장실에 따르면 캐런 배스 시장은 오늘 오전 글로리아 그레이 잉글우드 시의원 취임식에 참석하고, 30일에는 웨스트 밸리 지역에서 열리는 커뮤니티 청소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전부다.  
 
결국 30여년이 지났지만 LA폭동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던 정치권은 물론, 한흑사회가 가진 인식에는 여전히 커다란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인 커뮤니티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배스 LA시장이 한인 커뮤니티에 관련 행사가 있으면 초대해달라고 했지만 준비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해 아쉬움을 줬다.
 
다만 LA한인회는 이날 유일하게 한인타운의 한 레스토랑에서 흑인 커뮤니티 관계자들과 조용히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LA한인회 제프 이 사무국장은 “한인타운에 흑인 대표 교회인 제일흑인감리교회FAME) 등 흑인 커뮤니티 대표 10여명을 초대해 지금까지의 관계를 조명하고 개선점을 찾는 시간을 갖는다”며 “서로 만나서 대화를 통해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페이스(FACE)의 임혜빈 회장은 “흑인 커뮤니티는 폭동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폭동이 발생하던 1990년부터 1992년까지 강도 등에 의해 사망한 한인 리커스토어 업주는 무려 25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을 아는 흑인들은 거의 없으며 주류사회에서도 모른다. 우리 스스로부터 제대로 된 LA폭동의 진실을 아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FACE의 경우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서 진행하고 있는 LA폭동 관련 영화 및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폭동 당시 한인타운에서 거주하거나 일했던 라틴계 주민들의 증언과 한인 업주 등의 증언을 담을 예정이다.
 
한편 LA시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존 이 시의원(12지구)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LA폭동을 기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의원은 “LA폭동은 우리에게 LA시민이 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 나라에서 소수자가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해줬다. 그날의 사건들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남아 있고, 상실감과 아쉬움의 일부가 한인사회에 오래 머물겠지만, 폭동에서 나온 좋은 점은 적어도 한 가지는 있다”며 한인 정치력 향상을 예로 들었다.  
 
이어 “이 도시가 다시는 그런 종류의 폭력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내 부모님과 같은 사람들이 이웃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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