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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극복하고 수석 졸업 '영예'…캘스테이트LA 석사 이성원씨

학생 대표로 졸업식서 연설
전액 장학금 받고 박사 시작

이성원씨와 어머니 유희숙씨가 활짝 웃고 있다.

이성원씨와 어머니 유희숙씨가 활짝 웃고 있다.

영어 점자를 어떻게 읽을지도 몰라 밤새 손끝으로 공부해야 했던 한인 1.5세 시각장애인이 졸업생 대표로 연단에 오른다.
 
캘스테이트LA(CSULA) 커뮤니케이션 석사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하는 이성원(영어명 조셉·33)씨는 내달 23일 진행되는 CSULA 인문대 졸업식에서 석사 졸업생 대표로 연설한다.  
 
그는 “학교에서 졸업생 대표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무척 기뻤다”며 “짧은 연설 시간이지만 나와 같은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학에 진학한 많은 한인 장애인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누구나 다 좌절을 겪고 어려움에 부딪힌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단지 나는 안 보이는 것뿐이다. 어떤 장애를 갖고 있어도 꿈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싱글맘인 유희숙(58)씨를 따라 11살 때 미국에 온 그는 1살 때 받은 망막 시신경 관련 수술 부작용으로 오른쪽 시력을 잃은 후 15살에 남은 한쪽마저 실명한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낯선 환경에 친구도 없고 의지할 가족도 없었지만 좋아하는 수학과 컴퓨터 공부에 몰두해 그렇게 원하던 UC리버사이드에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컴퓨터학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학업은 쉽지 않았다. 공부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교재가 많지 않았고 게다가 적지 않은 학비가 발목을 잡았다. 고민했던 그는 결국 4학년 때 휴학을 선택했다.
 
그때 어머니 유씨는 아들에게 “이대로 주저앉지 말고 커뮤니티 칼리지라도 다니면서 좋아하는 걸 찾아보라”고 격려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 건 그즈음부터다.  
 
한인타운 인근에 있는 LA시티칼리지(LACC)를 다니면서 공공연설을 접하게 된 그는 CSULA 학부과정에 편입해 차근차근 공부했다. 교수의 추천으로 지역 및 전국 연설대회와 토너먼트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면서부터는 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전국연설협회(ATA)에서 전국에서 15명을 선정해 시상하는 최우수 학생 어워드를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받은 상 중 이씨가 가장 좋아하는 수상기록은 2019년 전국 즉석연설 대회에서 최종 12강전에 진출한 것이다. 당시 연설 주제는 애플이 발표한 장애인 관련 이모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씨는 “장애인을 상징하는 막대기, 휠체어 등에 대한 이모지를 보면서 나 자신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장애인과 컴퓨터와의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의 고민은 그를 대학원 진학으로 이끌었고 다시 박사과정에 도전하게 했다. 오는 7월 콜로라도 볼더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이씨는 “커뮤니케이션과 컴퓨터공학 전공을 살려 사람들 사이의 소통은 물론 컴퓨터와 챗GPT를 통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청각이 좋은 이씨는 스스로 마스터한 피아노와 색소폰 실력도 수준급이다. 또 10년이 넘게 매주 하루는 호주의 장애인 비영리단체를 통해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의 컴퓨터 사용 접근성을 높이는 프로그램 코드를 개발하거나 한국어를 번역하는 자원봉사를 한다.  
 
이씨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살림이 어려워 TV 화면을 읽어주는 화면 낭독기 구입을 못한다. 그래서 이들이 무료로 도움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 코드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졸업식이 끝나면 자신을 위해 지난 30년간 헌신하며 살아온 어머니와 함께 남가주 인근을 여행할 계획이다. 유씨는 아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평일에는 집안일을 도맡고 주말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콧양로병원에서 파트타임 일을 해왔다. 콜로라도에도 동행해 박사 과정을 밟는 아들을 옆에서 도와줄 예정이다.  
 
유씨는 “아들이 계속 도전해서 기쁘고 자랑스럽다. 원하는 공부를 잘 마치고 미국사회에, 또 한인 커뮤니티의 성장과 발전에 필요한 역할을 감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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