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1세대 한인 교계에 ‘큰 족적’…박희민 목사 별세, 향년 86세
16년간 나성영락교회서 목회
장학 사역 등 사회봉사 주도
재미한인기독교선교재단은 “박희민 목사가 전립선암 재발로 투병 생활을 하던 중 26일 오전 3시 자택에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고 이날 밝혔다.
박 목사는 토론토한인장로교회에서 시무하다가 지난 1988년 나성영락교회에 2대 담임 목회자로 부임했다. 이후 2003년 은퇴까지 목회 활동을 하면서 한인 교계의 영적 버팀목 역할을 담당했다.
박 목사는 목회 활동을 하면서 각종 사회 활동도 펼쳤다.
1992년 4·29폭동 직후 박 목사는 흑인 목사 방한 사업을 추진했다. 갈등 해소를 목적으로 LA지역 흑인 교계 지도자 80여 명을 초청, 두 번에 걸쳐 한국 방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나성영락교회에서 시무할 당시 1000만 달러 장학기금 모으기 운동도 펼쳤다. 1세대에서 끝나는 한인사회가 아닌, 미래를 살아갈 차세대를 위해 씨앗을 심겠다는 목적이었다. 그 장학금으로 목회하는 동안 3000명 이상의 학생을 도왔다.
박 목사는 이민 교계의 미래를 내다보고 차세대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와 함께 사역했던 부교역자 중 진재혁 목사(전 지구촌교회), 박형은 목사(컴패션코리아), 양춘길 목사(필그림선교교회) 등 많은 교역자가 이후 교계 곳곳에서 자기 몫을 다하는 목회자가 됐다.
70세가 정년이었지만 그는 68세에 은퇴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원로 목사 추대도 거절하고 교회를 떠나 아름다운 은퇴의 모범을 보였다.
은퇴 후 박 목사는 새생명선교회를 설립했고, 재미한인기독선교재단 이사장 등을 맡았다. 팬데믹 사태 때는 미주 지역 한인교회 45곳을 선정, 지원금을 전달하고 매해 100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도 수여했다.
최근에는 미주 한인 교계 역사상 최초로 ‘미주한인교회사’ 발간에도 앞장섰다.
박희민 목사는 한인 사회의 산증인이었다. 그는 지난해 3월 본지와 마지막 인터뷰를 했다. 당시 박 목사는 인터뷰 도중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라며 찬송가 508장(우리가 지금은 나그네 되어도)을 부르기도 했다.
박희민 목사는 그렇게 본향으로 돌아갔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