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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소년 왕, 투탕카멘

최미자 수필가

최미자 수필가

학창시절 세계역사 시간에 배웠던 이집트의 어린 왕에 대한 이야기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데, 딸이 이 왕과 관련된 특별전시회가 4월말까지 있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돌아보니 딸이 중학생일때 역사 발표 시간에 사용할 것이라며 투탕카멘의 화려한 마스크를 만들었던 일이 떠오른다. 진흙으로 만들어 사진과 똑같은 색을 칠한 금빛 마스크. 딸은 신주단지처럼 모시며 내가 만지지도 못하게 했었다. 그 후, 딸이 고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창고 선반에 슬그머니 옮겨 놓았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 쪽에 재주를 보였던 딸의 작품 중 하나였다.  
 
바람도 쐴 겸 전시회가 열리는 델마 경기장으로 향했다. 조용한 주중에 시니어 활인까지 받아 입장료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영상에서 나오 소리가 웅장해 조금 시끄럽지만 약 3시간 동안 차분히 보기로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마련한 순회 전시회다. 1922년 이집트 ‘왕가의 계곡’에서 영국의 인류학자인 하워드 카터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진 무덤 속의 젊은 시신, 투탕카멘. 기원전 1300년 전에 매장 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두어 번 도굴범들이 다녀갔지만 무슨 까닭인지 땅속의 물건들은 그대로 보존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발굴 작업에 관여했던 사람이 21명이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숨져 지금도 파라오의 저주에 관한 추리는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당시 왕족은 근친혼이 많아 어린 왕 부모의 가족관계도 복잡한 것 같다. 전시회 배경이 온통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로 새겨진 천막 벽들이어서 이채롭다. 시작과 마지막에서 삶과 죽음을 연결하며 어린 아이들도 이집트 고대 역사를 잠시 배울 수 있고, 만화로 제작된 영상도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한 시간 훌쩍 돌아보고 떠나는 관객도 있고, 우리처럼 차분이 생각하는 가족도 있었다. 딱딱한 나무의자지만 마지막 영상 속의 멋진 나룻배에 걸터앉아 영상을 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린 왕의 쓸쓸한 죽음, 그리고 생전의 화려한 물건과 무덤들을 돌아본다.  
 
늘 모으고 욕심을 부리며 살고 있는 허망한 내 자신과 우리의 삶은 어떤가. 날마다 무슨 생각을 하며 뭘 하고 살고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저주를 받을 나쁜 짓이나 거짓된 생활은 하고 있지 않는가. 죽음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며 영생을 믿던 고대 이집트인들.  
 
한국에서는 실물과 만나는 화려한 전시회가 지난해 있었고,  TV방송에서는 다큐멘터리도 방영되었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찾아 공부하고 싶어진다.

최미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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