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방콕 거리에서 목격한 관광의 부활
동남아 최대 관광도시 방콕.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산업이 쪼그라들었던 방콕 도심에 세계 최대 규모의 물싸움이 돌아왔다. 4년 만에 다시 열린 이 행사는 태국의 전통 설날이자 최대 명절인 ‘송끄란’을 맞아 펼쳐지는 대대적 축제의 하나다.방콕 시민은 물론 해외 관광객 수만 명이 물총과 양동이 등으로 ‘축복의 물’을 끼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지난주 방콕 현지에서 구경했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둔 69세 프라윳 총리도 군복 대신 하와이언 셔츠와 형광색 물총으로 ‘무장’하고 깜짝 참여했다.
태국은 지난 3년 동안 팬데믹 이전 연간 4000만 명에 달했던 관광객수가 50만 명으로 급감했다. 태국 정부가 축제 기간을 맞아 전 세계 관광객들을 발 벗고 나서 환영하는 것이 당연했다. 여행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대형 쇼핑몰과 길거리 상인 모두 절정의 더위에도 지쳐 보이지 않았다. 태국 정부는 송끄란 축제 닷새동안 약 3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방콕·푸껫 등을 방문하고, 이 기간 총매출이 1250억 바트(약 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1분기에 600만 해외 관광객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다.
해외 관광객 중 압도적인 다수는 단연 중국인이다. 자유분방한 물싸움이라는 관광상품에 매력을 느낀 젊은 중국 남녀들이 마음껏 멋을 내고 떼 지어 다니는 모습은 축제 기간 내내 방콕 중심가의 흔한 풍경이었다. 무더운 낮에 물싸움하던 중국 젊은이들은 밤이 되자 방콕 유명 식당과 루프톱 바를 찾아 지갑을 열었다. ‘장거리 여행’이 올해의 키워드가 될 만큼 코로나로 인한 강압적인 봉쇄와 출국 금지로 답답한 시간을 보냈던 것에 대해 보상받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기자가 방문한 일본 삿포로, 홍콩, 방콕 모두 해외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세계 최대 관광객 국가인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 허용 국가 60곳을 2차에 걸쳐 발표하며 한국을 계속 배제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우리 자신이 먼저 중국인을 유인할 대책을 궁리해야 할 것이다.
방콕 거리를 걷다 누군가가 뒤에서 쏜 물총을 맞고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해맑게 웃는 태국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스친 생각. 우리에겐 세계인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관광상품이 과연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팬데믹 이후 ‘비짓 코리아(Visit Korea)’의 알맹이가 궁금하다.
안착히 / 한국 중앙일보 글로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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