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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사랑은 깊지만 균열도 깊다

더 레스트리스
(The Restless)

‘더 레스트레스’는 202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 남녀 주인공을 연기한 두 배우도 모두 각기 남녀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Film Movement]

‘더 레스트레스’는 202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 남녀 주인공을 연기한 두 배우도 모두 각기 남녀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Film Movement]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하는 감독 조아생 라포스(Joachim Lafosse)의모든 영화들은 가족을 소재로 한다. 그의 카메라가 쫓는 가족은 또한 대체로 붕괴되는 가족이다.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까발려지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현대사회가 안고 살아가는 정신병적 증세들을 본다.  
 
라포스의 ‘가족 영화’에는 가족 구성원이 식사하는 자리, 그들의 잠자는 모습, 부모와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이 많다. 가족의 일상을 세밀히 관찰하면서 서로의 다른 생각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신경질과 이질감에 조금씩 접근해간다.  
 
‘더 레스트레스’는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다미엔과 레일라의 부부관계에서 일어나는 균열에 대한 탐구이다. 라포스는 부부관계에 ‘양극성 장애’를 도입한다. 양극성 장애는 시대에서 사라진 불가능한 것을 다시 찾거나 새롭게 만들려는 강박 관념이다. 완벽주의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증세는 우울증과 조증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추상화 화가 다미엔과 가구공예가 레일라는 서로를 너무도 사랑한다. 그러나 다미엔에게는 양극성 장애가 있다. 다미엔은 정신 장애가 일어나면 안정제를 먹는 대신, 작업실로 달려가 미친 듯이 자신의 충동과 우발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화폭에 옮긴다. 갤러리 주인들은 광인의 미친 상태가 살아 움직이는 데미안의 ‘표현주의’ 그림들이 잘 팔려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다미엔에게 선불을 던지고 간다. 아내와 아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다미엔의 기이한 행동에 불안해하고 그들의 일상에는 점차 진한 어두움이 드리워져 간다.  
 


라포스의 카메라는 어둠, 불안과 공포에 갇혀 있는 상태의 데미안의 정신 상태를 쫓는다. 그가 화폭에 옮기는 현실 너머의 추상적 세계는 자신을 제어하려는 레일라와 끊임없이 충돌하고 부부 관계의 균열은 양극으로 치닫는다. 라포스는 후반부에 이르러 양극성 장애가 어쩌면 ‘전염병’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데미안을 책임지려 하는 레일라의 이성은 점차 분노로 바뀌고 양극성 장애의 징후들이 그녀에게서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남편에게서 보았던 조절 불가능의 불안을 자신의 자화상 속에서 보게 된다.  
 
라포스는 양극성 장애에 대한 분석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씨네아티스트로서, 자신의 두 주인공을 통해 극단적으로 부딪히는 예술가 부부의 충돌적인 관계를 염려하고 사랑하고 표현할 뿐이다. 그에게 양극성이란, 상대가 존재함으로 발생하는 반사체적 증세이며 징후이다. 인간은 상호작용의 관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고 가족은 그 최소한의 단위이다. 그 가족들이 병들어 가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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