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코미디는 한 몸이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
(Beau Is Afraid)
모든 형태의 불안을 한 편의 영화로 축약해서 표현한 대서사시라고 할까.
러닝타임 179분의 영화는 코미디/공포/미스터리로 분류된다. 애스터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이 영화를 특별히 ‘악몽 코미디(nightmare comedy)’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공포의 매 순간 순간의 공포가 엉뚱한 웃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애스터 감독은 그가 주 소재로 사용하는 가족의 트라우마를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에서 찾는다. 아들의 정신과 심리를 조정하는 교활한 어머니는 아들이 앓고 있는 극한의 열병과 모든 악몽의 원인이다.
영화 속 꿈의 시퀀스들은, 보(Beau, 호아퀸 피닉스)의 의식의 흐름 안에 내재한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시작한다. 그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그곳에 도달했는지 불분명하다. 보는 고압적인 성격의 어머니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고,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어머니의 집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일련의 공포를 마치 악몽처럼 경험한다.
영화는 ‘미드소마’에 비해 덜 공포스럽지만, 훨씬 더 혼란스럽다. 긴장 대신 상상을 초월하는 터무니 없는 웃음 코드로 이어진다. 기이한 감독과 기이한 배우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케미가 십분발휘되어 모든 장르를 망라하는 기이하고 독특한 영화 한 편을 탄생시켰다. 가장 진지한 순간조차도 슬랩스틱성의 농담으로 전환된다. 공포는 코미디의 다른 한 면이라는애스터식의 해괴성이 번뜩거린다. 그는 우리 모두를 치매 또는 기억 상실이라 불리는 공포 속으로 몰아간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호아퀸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픔이 있는 웃음’을 다시 볼 수 있는 영화다. 악몽과 공포에 지쳐 무디어진 신경, 뒤틀린 인간의 어두운 감정, 깊은 고민에 빠진 남자를 그보다 더 터무니없는 유머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 어찌 보면 ‘조커’의 프리퀄을 코믹 버전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폭력과 노골적 성적 표현, 약물 사용과 언어의 수위가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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