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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작은 신의 환상

지난 칼럼에서,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에서 조명한 교주들의 과대형 망상장애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들의 이해 불가능한 과대형 망상장애의 뿌리 중 하나는 극단적인 자기애성 성격장애다. 미국의 정신건강 매뉴얼인 DSM 5에서는, 구체적으로 아래 중 5가지 이상이 해당하면 NPD(Narcissitic Personality Disorder), 즉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진단한다.  
 
1.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대한 느낌으로 성취와 능력을 과장, 2. 무한한 성공.권력.명석함.아름다움.이상적 사랑 등에 몰두, 3. 자신은 특별해서 특별하게 높은 지위의 사람이나 기관만이 이해하고 관련할 수 있다는 믿음, 4. 타인으로부터의 과대한 숭배 욕구, 5. 특별대우에 대한 당연한 의식, 6.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는 욕구, 7. 감정이입의 결여, 8. 타인에 대한 분노 혹은 타인이 자신에 대해 분노한다는 생각, 9. 오만하고 건방진 행동과 태도.
 
앗, 나도 약간 자기애적 성격장애? 특히, 1번 증상? 연초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출간된 후, 너무 좋았다는, 도움이 되었다는, 눈물을 흘렸다는 말과 ‘독자’들의 이메일을 받을 때, 나도 모르게, 흠, 내가 참 괜찮은 일을 했구먼 하면서 자기애의 극치를 달릴 뻔했다. 아직도 초판이 다 소진되지 않은 이 엄연한 현실이, 그나마 내 나르시시즘을 깨워주니천만다행이다.
 
사실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은, 인간 발달 단계에서 경험해야 할 건강한 과정의 하나이다. 특히 태어나서 약 6개월 전까지는, 아기들은 자신과 부모와 온 세상이 다 하나이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이 움직여준다고 믿는다. 배고프면 달려와 젖을 먹여주고, 척척하면 기저귀를 갈아주고, 졸리면 잠을 재워주는 부모나 다른 초기 양육자들의 사랑과 돌봄 덕분이다. 얘들은 그저 울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그래서 이 시기에 아기들이 자신을 little god이라고 여기게 된다고 한다.  
 


아들 집에 손주가 셋인데, 위의 두 아이는 다섯 살, 세 살 반이라 리틀갓에서 졸업한 지 좀 된다. 아직 투정은 하면서도 현실을 인식해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제 6개월 채 안 된 막내는 여전히 little god이다. 온 가족이 이 귀여운 리틀갓이 언제 울까만 기다리다, 우는 소리 나면 바로 서로 데리러 가려고 싸우니 말이다. 하지만 이 전능 환상이 서서히 깨어지며 미운 두살(terrible two)을 거쳐 3살쯤 되면, 이 아이도 온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세상에 적응해나가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결핍될 경우이다. 아기일 때 잠시라도 자신이 신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 중, 성인이 되어서도 이 전능 환상을 추구하면서 자기애성 성격 장애인들이 나오기 쉽기 때문이다.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와 우울증에 걸린 엄마에게서 따뜻한 양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 이 상처가 반사회적 성격과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발전한 히틀러, 자아도취에 빠져 죄책감 없이 신도들을 지배하며 자신의 기분과 욕망에만 충실히 하는교주 같은 사람들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나르시시즘의 스펙트럼 안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건강한 자기애는 좋은 것이다. 자존감, 자신감을 안겨주는 긍정의 에너지다. 하지만 그 반대로 절제되지 않은 과도한 자기애는 자신과 주위를 파괴할 뿐이다. 작은 신의 환상은 깨어져야만 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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