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오아시스’는 진짜가 아니다
미래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판타지스러운 영화 속 와츠와 같은 삶이 우리에게 조금 더 빠르게 찾아오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라는 온라인 공간의 가상현실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재 로블록스(Roblox), 제페토(Zepeto), 게더(Gather) 등이 메타버스를 출시해 오아시스를 실현시켜 주고 있다. 로블록스는 전 세계 누적 가입자 수 10억 명을 돌파하며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하고 쉬운 조작 방식으로 주 사용자의 연령층은 13세 이하의 알파 세대들이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 Z에서 출시한 제페토는 개성 있고 트렌디한 플랫폼으로 여성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듯 메타버스 시대는 예상보다 10년 일찍 우리에게 다가왔다. 몇 년 뒤에는 게임을 넘어 업무와 교육 등 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브레이브터틀스의 케빈 김 대표는 “메타버스는 현실보다 더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제공한다”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와츠는 오아시스를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는 낙원이다. 키가 커지고 예뻐지고 성별을 바꾸거나 다른 종족, 만화 캐릭터 등 모든 게 된다”고 표현한다.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에서 무한한 세계를 경험한 와츠처럼 우리도 곧 현실과는 또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될는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레디 플레이어 원의 가상세계는 앞으로 우리가 성장해 나가야 할 단계”라며 “현재의 메타버스 기술 수준은 영화에서 펼쳐진 가상현실로 가는 중간쯤 와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이 보편화 되면 와츠가 그랬듯 현실이 힘들수록 가상공간으로 도피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현실 세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가상세계에서 충족하려고 하는 ‘메타폐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게임 폐인과 비슷한 형태로 가상공간에서만 활동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와츠가 “오아시스 말고는 갈 데가 없어요. 내 삶의 의미를 찾는 유일한 장소에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많은 사용자가 가상세계의 삶에 집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로 가상세계 속 행복이 현실의 어려움을 초월할 수 있을까? 와츠는 가상현실로 도피해 삶을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현실은 두렵고 고통스러운 곳인 동시에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곳’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렇듯 가상세계가 현실을 피하기 위한 도피처가 된다면 결국 가상세계는 우리에게 또 다른 재앙을 안겨줄 것이다. 영화에서도 와츠는 오아시스 운영권을 가지게 된 이후 사용자들의 가상세계에 대한 집착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2번 오아시스의 문을 닫기로 결정한다.
아무리 현실 같은 가상세계라도 현실을 벗어나 살 수는 없다. 가상현실이 우리에게 위안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가상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은 우리가 실제로 겪어야 하는 삶의 현장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맞서나가는 삶을 살 때 진정한 ‘나’를 완성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현실만이 유일한 진짜니까.
김예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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