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미국 10~20대들 “피처폰 주세요”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해서 스마트폰이 보편화하기 직전인 2010년대 말까지 사용된 피처폰은 이제 일부 노년층 외에는 쓰는 사람들을 찾기 힘들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갈라파고스폰’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이 강하고, 미국에서는 ‘멍청한(dumb)폰’이라는 조롱조의 이름으로 불린다.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뜻하지 않은 집단에서 피처폰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로 Z세대다. 현재 전 세계에서 팔리는 피처폰의 80%가 인도와 아프리카 대륙, 그리고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어 저소득층의 폰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넉넉한 미국의 10~20대가 구식 폰을 찾는다는 얘기는 다소 낯설다.
이들은 왜 피처폰을 찾는 걸까. 바로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Z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디지털 스크린과 게임, 소셜미디어와 함께 자랐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중독의 위험에 일찍 노출된 세대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한 스크린에서 눈을 돌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예 스마트폰 앱을 사용할 수 없는 피처폰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피처폰 시장이 급성장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5년 동안 약 5%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서 이런 틈새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가령 구식 폴더폰이 아닌, 스마트폰 모양의 작은 폰에 흑백 스크린으로 전화 통화, 텍스트, 팟캐스트와 음악 등의 제한된 기능만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자극을 최소화하고 인터넷 중독을 차단한다.
LP판과 구식 디지털카메라에 열광하는 Z세대에게는 인터넷에서 멀어지는 것이 이래저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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