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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한인 은행들 ‘지속성장 전략’ 고민해야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요즘 한인 주력 업종이라고 할만한 게 있을까? 언뜻 떠오르는 업종이 없다. 과거에는 리커·마켓, 세탁소, 페인트, 가드닝, 스왑밋 등등을 꼽을 수 있었지만 더는 아니다. 그나마 의류업이 여전히 대표 업종의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의 영광은 사라진 듯하다. 그렇다고 딱히 창업이 활발한 업종도 보이질 않는다. 한인 비즈니스도 이런저런 이유로 부침이 있었던 것이다.
 
반면 수십년간 지속해서 성장하는 업종도 있다. 바로 은행업계다. 첫 한인 은행인 한미가 설립된 1982년을 원년으로 보면 한은 은행의 역사는 41년이 됐다. 그동안 은행 숫자의 증감은 있었지만 덩치는 계속 커졌다. 지난해 남가주 6개 한인 은행의 자산 규모는 340억 달러에 육박했고, 순익은 4억5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미 출범 당시 자본금 규모가 540만 달러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미국에는 아시아태평양계가 설립한 은행이 70여 개 정도 된다. 이중 자산 기준으로 뱅크오브호프, 한미, PCB 등 3개 한인 은행이 톱 10에 포함될 정도다.    
 
한인 은행 성장에는 충성도 높은 고객의 덕이 크다. 이는 전체 수입 가운데 이자 수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2022년 자료를 보면 지난해 남가주 6개 한인 은행의 총 이자 수입은 13억7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은행 수익에 그만큼 고객들의 기여도가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런데 요즘 한인 은행들도 고민에 빠진 듯하다. 달라지는 경영 환경 때문이다. 우선 은행 구성원의 변화다. 한인 2세와 비한인 직원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경영진과 이사진 구성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이사회를 비롯해 주요 회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곳도 많다. 한인 1세 중심이었던 은행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주요 고객은 여전히 한인 1세들이라는 데 고민이 있다. 고객들이 자칫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타인종 금융시장 공략이 생각만큼 쉬운 일도 아니다. 은행마다 이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지만 의욕만큼 성과는 따라주지 않는 듯하다.    
 
한인 은행의 고민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성격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당장의 영업 실적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새로운 좌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중 하나가 고객, 커뮤니티와의 관계 재정립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만 상황이 달라져도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계 은행인 이스트웨스트뱅크는 한인 은행들의 벤치 마킹 대상이자 극복해야 할 상대다. 자산 규모 600억 달러가 넘은 소수계 최대 은행이기 때문이다. 이스트웨스트뱅크가 얼마 전 ‘2022년 ESG 리포트’라는 홍보물을 내놨다.  잘 알려졌다시피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것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잣대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통해 소비자, 지역사회 등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스트웨스트의 리포트에서 눈에 띈 것은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기금으로 2500만 달러를 기부한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인을 비롯해 아시안 커뮤니티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였다. 이런 사회적 이슈에 거액을 기부한다는 것은 이스트웨스트가 덩치만 아시아계 최대 은행이 아니라 그에 부합하는 역할도 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당장의 영업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고객과 커뮤니티의 신뢰를 얻기에는 충분했다.  
 
 한인 은행들도 ‘사상 최대 수익’이라는 실적 발표도 좋겠지만 지속 성장 가능한 경영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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