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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부모와 청소년의 대화법

뉴욕의 한 교회가 필자를 어머니날 특별 강사로 초청하면서 했던 부탁이 흥미롭다. “나이 60이 넘고 나니 자식이나 손주들과의 대화가 너무 어려워요. 아이들은 한국어를 못하고, 우리가 배웠던 영어 단어들은 기억에서 사라져가니…” 그 교회 목사님이 전화로 전한 시니어 교인들의 가장 큰 고민 내용이다. 그러면서 목사님은 ‘소통의 방법’을 이론이 아니라, 직접 보여줘야만 시니어 교인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한다.
 
참고될 책을 찾다가 ‘청소년과 부모의 대화’라는 좋은 책을 발견했다. 저자는 한인 1세인 배영이 교수와 교육학 박사이자 저술가인 팸버튼(Pamberton)이다. 이들은 전국 14개 주와 21개 시, 그리고 22개 교회를 찾아다니며 5학년에서 12학년 사이 청소년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의 첫 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미국 인디언들에게 내려오는 설화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어떤 사람에 대해 판단하려면 먼저 그 사람과 신발을 바꿔 신고 십 리를 뛰어봐야 한다.” 즉, 자신에게 익숙한 상황 대신에 타인의 입장이 되어봐야만 그 사람의 가치를 충분히 알 수 있다는 뜻인 듯하다.  
 
부모가 한인 1세인 청소년들에게는 헤쳐가야 할 두 개의 상이한 문화 세계가 있다. 미국인들이 중시하는 개인( individual-centered) 권리의 가치와 한국인을 비롯해 아시아계가 중시하는 가족 및 지역 사회(relation -centered)와의 관계이다.  
 
한인 젊은이들은 학교나 직장에서는 미국인으로, 집에 들어오면 부모의 가치관을 따라 한국인으로 살아야 한다. 한인 1세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주로 지시를 하고, 집안의 규칙도 독자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지시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내린다. 미국인 부모들처럼 대화를 통한 방식이 아닐 때가 많다.  
 
서양적 가치관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동일한 가치’를 가졌으니 평등한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상하 규범이 있고 자신의 위치를 알아서 행동해야 하는 아시아계 젊은이들은 자연히 뒤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인 젊은이들도 한인 어른이 많이 있는 곳에서는 더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미국적 환경에서 자란 청년들은 자신 있게 자기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데 반해, 전통적 서열 개념 분위기에서 성장한  한인 청년들은 집에서 자신의 주장을 밝힐 기회가 적으니 밖에서도 자신 있게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를 찾아가겠다는 한인 젊은이는 거의 없었다.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자신의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벌을 내리는 부모 대신 친구를 찾거나 스스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친구의 조언이나 혼자만의 해결 방식은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청소년들은 공부를 잘해서 부모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는 학교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단다. 문제는 사정은 잘 모르면서 기대감만 크니, 가끔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직업은 대부분 의사, 변호사, 사업가, 엔지니어 등이다. ‘청소년과 부모의 대화’ 저자들은 자녀가 이 좁은 범위에서 직업을 찾다보면  결국 한인끼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다른 많은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부모는 자녀가 자신과 닮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대는 빠르게 상황이 변하고, 가치도 달라진다. 이제라도 마음 놓고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고, 나이에 상관없이 인격이 존중되는 부모와 자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화의 방법을 익혀야 한다. 손주들과의 대화도 중요하니까.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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