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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읽기] 기소·재판, 그리고 트럼프의 캠페인 전략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트럼프의 ‘거짓과 억지’가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사적 욕망이 밑바탕인 사업적 전략으로 정치를 이해했고 또 정치에 관여했다. 그는 망가진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키는 방법을 아는 것이 정치라고 이해한다.  
 
트럼프를 제외하고 부동산 사업가 출신 대통령은 없었다. 다른 정치인 중에서도 부동산 사업가 출신은 많지가 않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부동산 사업은 규제가 까다롭지 않고 많은 부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하다. 또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 이가 트럼프다.  
 
그는 민주적 선거가 지도자를 선택하는 유권자의 권한이 아니라 권력을 위해 조작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모양이다. 아직도 자신의 2020년 대선 패배가 선거 조작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정치에 대한 이런 접근방식에서 비롯된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은 두고두고 미국 정치사에 뼈아픈 교훈으로 남을 만하다.  
 
지난해 중간선거 직후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영광스럽게 만들기 위해” 2024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언론들의 비판적 평가가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WP)지는 ‘대통령님 제발 다시 나오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제 대통령선거는 당신의 일이 아니다’라면서 출마하면 패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간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은 높지만 트럼프의 정치는 국민에게 악몽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의 출마 선언은 공화당원보다 민주당을 더 기쁘게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트럼프를 가장 쉽게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공화당의 스타로 떠오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도가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듯했다. 적어도 3월 중순까지는 그랬다. 론 드샌티스와 마이크 펜스가 트럼프와 경쟁하면서 트럼프의 영향력이 약해지기를 희망하는 공화당원도 많았다. 워싱턴의 정치 전문가나 매체들은 이제 트럼프정치가 지나간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고, 전통적 보수진영에서는 새로 출범한 118회기 연방하원에 대해 ‘공화당의 제자리 찾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3월18일 토요일 아침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 개의 게시물이 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2016년 대선 당시 ‘포르노 스타와의 성관계 입막음’ 의혹으로 검찰의 기소가 임박했음을 감지한 트럼프가 지지층을 향해 본인의 체포가 임박했음을 알린 것이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은 “집결해서 항의하라”, 그리고 “우리나라를 되찾자”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뉴욕의 맨해튼 지역 곳곳에 광적인 지지자들이 모였고, 지역의 공화당 관계자들도 그를 방어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트럼프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던 보수 언론 폭스 뉴스도 순식간에 그를 엄호하기 시작했다.  폭스 뉴스의 진행자인 터커 칼슨은 트럼프의 ‘성관계 입막음’에 대해 “유명인에게는 일반적인 것이고, 이런 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도록 돈을 지불하는 것은 현대 미국에서 흔한 일”이라고 방송을 통해 트럼프를 옹호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지지자들이 모이기도 전에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가 체포 임박을 주장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을 향해 “터무니없는 권력 남용이며, 정치적 동기가 있는 기소”,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매카시 의장은 “트럼프가 포르노 배우에게 지불한 돈은 개인 돈이라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그러한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 않은 용기가 있다”고 오히려 추켜세우면서 트럼프를 옹호했다. 그리고 20여 명의 연방하원 의원들로부터 브래그 지검장을 향한 공격이 빗발쳤다.  
 
로이터 통신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0%가 트럼프의 혐의를 사실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54%는 뉴욕 검찰의 트럼프 수사를 정치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트럼프의 캠페인 전략은 바이든 정부의 정치 수사 피해자란 프레임을 고수하는 일이다. 지난해 FBI(연방수사국)의 자택 압수 수색 후 있었던 지지율 상승효과를 이번에도 기대한다는 전략이다. 기소에서 재판까지는 지지층을 전투적으로 결집하기 위한 트럼프 진영의 계산된 전략이다.  론 드샌티스의 미지근한 ‘모른 척 대응’에 빨간 불이 켜졌다. 

김동석 /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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