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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국무부 인권보고서의 핵심

“당신이 질문한 소제목은 인권보고서의 표준 표현이다. 사건을 묘사하는 데 적합하지 않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를 삭제했다.”
 
지난 20일 미국 국무부가 낸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 한국 편에서 ‘폭력과 괴롭힘’이란 소제목을 하루 만에 삭제한 이유를 묻는 본지 기자의 말에 국무부가 한 답변이다.
 
국무부는 약 200개국의 인권상황을 분석해 매년 인권보고서를 낸다. 이번에 한국의 언론 자유 상황을 소개하면서,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뒤 벌어진 비속어 논란에 대해 적었다. 대통령이 발언을 공개한 언론사를 두고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경고한 것, 여당에서 명예훼손과 직무 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 등을 ‘폭력과 괴롭힘’이라는 소제목으로 묶어 소개했다. ‘명예훼손법’이란 소제목에선 김건희 여사를 비방한 한 유튜브 채널이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한 사례도 거론했다.
 
국무부는 한국 정부로부터 수정 요청이 들어왔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은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국무부가) 보고서를 즉각 수정했다는 것은 그 보고서가 정확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는 게 우리 대통령실의 해석이다. 그러나 국무부의 답변을 여러 번 뜯어봐도 소제목이 적합하지 않아 삭제했다는 것일 뿐 ‘보고서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지금도 인터넷에 있는 보고서에는 비속어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응 사례가 여전히 적혀있다. 명예훼손 관련 내용도 그대로다.
 
대통령실은 국무부가 매해 각국 시민단체 주장이나 언론 보도를 그냥 모아 발표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고도 했다. 실제 고문·인신매매 등의 지적을 받은 멕시코 대통령도 “네 눈의 들보나 잘 보라”며 미국을 비판하긴 했다. 또 대통령실은 ‘대한민국은 인권에 대한 강력한 성과가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헌신에 사의를 표한다’는 대목이 보고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명예훼손의 악용 사례가 많고, 이를 재갈 물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동맹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미국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소제목 정도는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계속 보고 싶은 핵심만 골라 보면 내년도 인권보고서의 내용을 바꾸긴 힘들 듯하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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