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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기관리가 중요한 이유

이은영 경제부 부장

이은영 경제부 부장

“명확한 위험을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은행감독 부의장 마이클 바는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위기관리 잘못을 지적했다.  
 
청문회에서 연준은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바 부의장은 2021년 11월 연준 은행 감독관이 처음 우려를 제기했고, 파산 직전에는 신용도 등급도 낮췄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와 경영진의 잘못으로 폭풍우가 몰아쳤다는 것이다. 예금자들이 지난 9일 하루 SVB에서 인출한 돈은 420억 달러에 이른다. 무엇보다 SVB의 최고위험관리책임자 부재와 자산 가치 하락을 초래한 금리 인상에 대비한 대책 미비가 지적됐다.  
 
현재 스타트업 가운데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는 곳이 많다. 즉석 라면으로 성공한 ‘임미’라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을 케빈스(Kevins)라고 부르는 이 업체의 창업자들은 3년 전 라면을 저탄수화물, 고단백 및 식물성 인스턴트 식품으로 재창조해 주목을 받았다. SVB 붕괴 일주일 전 케빈스는 테니스 선수 나오미 오사카, R&B 가수 어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아폴로 오노 같은 유명 투자자들이 포함된 1000만 달러 시리즈A 펀딩을 발표했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6배나 급증했다. 그러나 11명으로 구성된 전도 유망한 이 회사에도 파트너 은행인 SVB의 파산 같은 위기를 감지하거나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다.  
 
위기관리는 스타트업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가정에도 스몰비즈니스에도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SVB의 붕괴는 그 은행과 거래하지 않는 한 나와 상관없는 일 같다. 하지만 미국 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을 바로 위협하고 있다.  
 


신용 경색 시 은행은 대출 기준을 크게 높여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은행이 재정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내미는 높은 이자율 등의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대출이 줄어들면 소비자와 기업의 지출도 줄어든다. 이것이 경제침체의 전주곡이다. 많은 경제학자는 최근 연준의 조치와 은행 혼란으로 대출 조건이 강화되면 경제 전반을 압박하게 되고 소비 위축으로 올해 경기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불안은 바로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크레딧카드 일시불 결제나 현금 구매가 줄어들고 있다. 가구 같은 고가 제품은 많은 사람이 할인 및 할부 프로모션을 기다리거나 선구매, 후결제(BNPL)를 선호한다.  
 
대량 구매도 모두 미루고 있다. 가전제품 판매는 감소했고 자동차 판매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구매는 급감 수준이다. 한인들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지치면서 온라인에서 대폭 할인하는 저가 제품을 사고, 가성비 좋은 중고제품을 찾고,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등 소비 패턴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한인들의 달라진 소비패턴은 한인 소매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하던 업체들은 매출이 줄어들자 온라인 판매로 눈을 돌리고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흐름을 바꾸려면 금리와 물가 모두 내려가야 한다. 그때까지 소비자와 소매업체 모두 위기관리 내공을 키워야 한다. 소비자는 소비 패턴을 바꾸고 소매업체는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탄성 있는 영업 마케팅 전략은 필수다. 취재하다 만난 한인 소매업체 대표는 “오르막을 앞두고 힘들어도 한 발자국 발을 떼고 올라가다 보면 또 다른 차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위기관리가 생존의 핵심이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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