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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황금보다 빛났던 아름다운 시절

‘Dawn of the Belle Epoque’가 원제인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를 읽었다. 오늘날 세계 예술과 패션,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는 성지로서의 매력을 가진 파리는 바로 이 벨 에포크 시대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파리는 문명의 중심이다. 왕국도 제국도 아닌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인류 전체이다”라고 빅토르 위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던 시대, 벨 에포크, ‘빛의 도시 파리’를 눈부시게 밝혔던 예술가들의 이야기,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베르트 모리조, 오귀스트 로댕, 클로드 드뷔시, 사라 베르나르 등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재능을 꽃피웠던 수많은 예술가의 이야기를 당시 프랑스 정치와 경제 상황과 곁들여 맛깔스럽게 쓰인 보물과 같은 예술사이다.  
 
Mary McAuliffe는 예술사상 가장 다이내믹했던 이 시기(1871~1900), 파리에 모여든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맞춰 그들의 작품활동, 작품세계 그리고 그들의 친분까지 흥미롭게 적어 내려간다. 이 시대의 미술, 문학, 음악, 무용, 연극 등의 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건축, 사업, 정치의 주요 인물들과 사회적 이슈까지 논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세계 수도로서 파리, 역사 속의 파리로 타임캡슐을 타고 다녀온 듯한 감동에 젖어 한동안 행복했다. 프랑스는 그 당시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난 후 국민의 사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봉기가 일어나며 유혈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파리시민들은 파리코뮌(1871, 3.28~5.28)이라는 사회주의 자치정부를 세운다. 이는 세계 최초의 민주적이며 혁명적인 자치정부였고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실행에 옮긴 정부이다. 비록 존속 기간이 2개월밖에 안 되지만, 이들의 활동은 사회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고 결국 유혈 상태를 맞고 무참히 짓밟힌다.  
 
그 후 왕정파와 공화파의 적대감은 커가고 공화국과 교회 간에도 그에 못지않은 적대감이 계속된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불안으로 파생된 온갖 문제와 결핍은 오히려 이 시대를 강하게 꾸려나가는 역동적인 힘이 되었다. 그 당시 졸라는 ‘목로주점’(1877)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민중의 참된 냄새를 지닌 보통 사람들에 관한 최초의 소설을 쓴다. 영국의 셰익스피어처럼 프랑스에는 빅토르 위고가 있다.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1831), 레미제라블(1862)은 파리의 자존심이다.  
 
프랑스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서 있던 빅토르 위고(1802~1885)의 시대가 가고 에밀 졸라의 시대가 온다. 베르트 모리조는 인상 주위 화풍의 개척자이다. 그 후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는 인상파 화가들로 기성 화단의 무시와 조롱을 받아 가면서도 착실하고 꾸준하게 그들의 입지를 굳혀나간다. 천재 조각가 로댕이 1877년에 ‘청동시대’를 출품했을 때 이 작품은 찬탄과 의혹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비평가들은 실물의 본을 뜨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조각상을 만들 수 있을지 의아해했다. 심지어는 시체로부터 본을 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로댕은 그의 예술적 정직성과 작품에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어 생동감을 주고자 하는 그의 깊은 고뇌에 상처받기도 했다. 그 후 로댕은 지옥의 문, 키스, 영원한 봄 등 불멸의 작품을 남겼으며 에펠은 에펠탑, 자유 여신상을 제작했다.  
 
졸라는 1895년에 프랑스 사회를 둘로 나눈 드레퓌스 사건에서 부당하게 스파이로 몰린 유대인 군인 드레퓌스 대위를 위해 ‘나는 고발한다’를 쓰는 등 사회의 불의에 맞서 싸운다. 이 소설은 1945년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세우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그 시대를 살고 간 그들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그들은 서로 교류하고 공감하고 동지애를 아낌없이 나누며 서로 돕고 살다 간 아름다운 영혼들이어서 황금보다 빛났던 아름다운 시대를 꽃피울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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