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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나는 시카고 공립학교 출신입니다

박춘호

박춘호

미셸 오바마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I am a CPS product.” 그러니까 자신이 시카고공립학교(CPS)를 졸업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공립학교를 나와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학원을 다녔으며 변호사로 활동했던 미셸 오바마가 자신의 뿌리는 시카고라며 이같이 당당하게 말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기억이 맞다면 이 같은 발언은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에 나왔는데 자신이 평범한 시카고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퍼스트레이디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시카고공립학교는 전국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의 공립학교라는 타이틀 이외에도 시카고에 끼치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시카고가 기업하기 좋은 이유로 가장 먼저 꼽히는 이유가 뛰어난 인력을 구하기 쉽다는 것인데 그 역할 중 일부를 공립학교가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립학교의 위기성에 대해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학교에 대한 전격적인 폐쇄는 물론이고 학업 성취도를 파악하는 테스트 점수가 밑돌고 공립학교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기 시카고 시장도 공립학교에 대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폴 발라스 후보는 CPS 최고경영자를 역임했고 브랜든 존슨 후보는 CPS 교사를 거쳐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기에 두 사람의 입장 차를 살펴보면 어떤 성향인지를 파악할 수 있고 후보 선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발라스 후보는 시카고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의 공립학교 운영을 직접하기도 했다. 교육학 학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전형적인 관료 출신인 발라스 후보가 교육계에 갖고 있는 신념은 결과가 미진한 학교는 개혁 대상이 되거나 소속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그의 성향을 교육 민영화의 신봉자라고 보기도 한다. 시카고와 필라델피아, 뉴올리언스 공립학교를 운영하면서 시청의 재정 지원을 받지만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차터스쿨을 대폭적으로 늘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진행방식은 자신이 결정한 사항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그대로 적용되는 탑 다운 방식이었다. 뉴올리언스의 경우 전국 대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네이버후드 스쿨이 없이 거의 모두 차터 스쿨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발라스의 영향이 크다.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학교는 비즈니스다, 비즈니스처럼 대해야 한다'는 철학이 지배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발라스 후보가 교육 행정을 하면서 균형 예산을 유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필라델피아 공립학교의 경우 발라스가 떠난 후 재정 적자가 7300만달러에 달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시카고와 마찬가지로 재임했던 곳에서 실적 저하 등으로 인해 해임됐다는 특징도 있다.  
 
반면 브랜든 존슨 후보는 발라스 후보처럼 교육 행정을 직접 이끈 경험은 없다. 2007년부터 시카고 공립학교 중 하나이자 대표적인 서민 아파트였던 카브리니 그린 인근에 위치한 제너 초등학교에서 7학년과 8학년생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대부분 흑인 학생 위주였던 제너 초등학교가 백인 학생이 대부분이고 더 부유한 학생들이 다수 재학중인 오그덴 인터내셔널 학교와 합병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던 학교가 다른 학생들로 채워지며 받았던 충격과 상실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후보는 이후 웨스팅하우스 칼리지 프렙고교로 전근을 가는데 이곳에서 나중에 CPS 최고경영자가 되는 재니스 잭슨 교장을 만나게 된다. 2012년과 2019년 시카고 교사 노조의 파업을 이끌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재학률이 저조한 남부와 서부 학교의 대량 폐교를 반대하게 된다. 이를 통해 존슨 후보는 공립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이 확실하게 뒷받침 되어야 하고 지역 자원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공립학교를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존슨 후보가 과연 교사 노조와 공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만약 존슨이 시장에 당선된다면 2024년에 교사 노조와의 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하는데 이 때 교사 노조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전체 주민과 납세자들을 위한 교육 정책에 최선의 위치에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교사 노조가 항상 진보 성향의 정책을 내세우면서 보수적인 성향의 주민들과 마찰이 많았다는 점도 존슨 후보에게는 약점이다. 존슨 후보는 예비선거 과정에서 교사 노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수백만달러의 선거 자금도 모을 수 있었다.  
 
시카고 시장으로 선출되면 공립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 뿐만 아니라 도시 경쟁력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미셸 오바마가 그랬듯이 ‘나는 시카고 공립학교 출신입니다'라는 말이 나중에 다른 인물을 통해서도 자랑스럽게 나올 수 있는지 여부는 그래서 중요하다. ‘나는 폴 발라스 시장이 만든 시카고 공립학교 출신입니다’ 내지는 ‘브랜든 존슨 시장이 이끈 시카고 공립학교 출신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여부는 4월4일 실시되는 결선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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