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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A한인타운 개발붐의 딜레마

양재영 경제부 차장

양재영 경제부 차장

1949년 미국 정부는 도시 슬럼화와 빈곤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도시재개발 정책인 ‘하우징 액트(Housing Act)’를 시행했다. 당시 지역사회의 골칫거리였던 슬럼화된 주택들을 철거하고 신규주택을 건설하면 도시 슬럼화와 빈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도시재개발은 도시의 외형적 모습을 바꾸는 데는 일부 성공했지만, 내적으로 인종차별과 계층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면서 이전보다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불러와 정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도시재개발은 노후 주택이 밀집된 주거지역 혹은 지역사회를 보다 좋은 환경으로 새롭게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좋은 환경’이란 단순히 외형적 개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 주민들이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내면적 개선’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측면이 개발 과정에서 서로 양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있다.  
 
개발붐이 지속하고 있는 LA한인타운도 이러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한인타운은 계속된 재개발 덕에 1970~80년대 서울 뒷골목이 연상된다는 비아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신규 아파트 건설이 매년 수십건에 달하고 해마다 수천 유닛이 공급되면서 한인타운의 외향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변했다.  
 


지난해 한인타운에서 진행됐던 다가구 주택 건설 프로젝트는 30여건을 넘었고, 5300유닛이 넘는 신규 공간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도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20여건에 달하고 새롭게 2000유닛 이상이 공급될 예정이다. 1년 만에 7000여 유닛이 새로 생겼고, 최소 1만여 명의 신규 세입자들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가주는 주요 교통 시설 0.5마일 이내 지역에는 최소 주차장 규정을 없앤 법(AB 2097)도 시행 중이다. 주거 시설 추가 확보를 위해 아파트 등 공용 주택의 주차장 의무 확보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도시개발 전문가와 정부관계자들은 요즘 많은 젊은 층은 자동차 소유를 꺼리고 우버와 리프트 같은 자동차 공유서비스도 발달해 주거 공간 확보에는 이런 정책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2026년 월드컵과 2028년 올림픽 개최에 따른 특수와 다운타운과 웨스트LA의 중간에 놓인 지리적 이점 덕에 한인타운에 대한 투자는 우후죽순 커지고 있다. 한인 자본을 넘어 한국 업체들도 줄이어 진출하고 있고 중국계와 타인종 자본의 유입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뤄지고 있는 재개발 사업은 지역의 역사성과 매력의 훼손, 과도한 개발로 인한 교통 혼잡 및 경관 악화 등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성장 위주의 도시계획과 개발에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있고, 사회적 형평성, 주변 지역과의 조화, 환경에 대한 고려 등도 없이 외형적 성장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재개발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도시 중심부의 노후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시행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치솟는 렌트비에 기존 거주민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계속되는 등 개발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로 인한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세입자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향후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경고는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재개발은 단순히 노후화된 건물을 헐고 다시 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인타운 주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의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재영 /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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