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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포기자 10명 중 6명 미국 온다

삶 만족도 OECD 최하위권
"헬조선 사느니 탈조선 택해"
매년 2만 명 타국 이주 결심
새 국적 취득 미국 56% 최다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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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중 외국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 총을 맞은 기분이었어요. 공부량도 교육비도 제가 가장 많았는데, 연봉이나 사회적 직위는 그 친구들이 높았거든요. 투자 대비 아웃풋도 안 나오는 한국에선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캐나다 이민을 준비 중인 28세 박모씨, 서울)
 
한국을 떠난다. 몸만 떠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한국인’임을 포기하고 제2의 ‘내 나라’를 찾아 나선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1년(2012~2022년)간 26만2305명의 한국인이 국적을 상실 또는 이탈했다. 국적 포기자는 이민 등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해 후천적으로 국적을 상실하는 ‘국적 상실자’와 선천적으로 복수국적을 취득한 뒤 병역 등의 이유로 외국 국적을 선택하는 ‘국적 이탈자’로 나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연평균 약 2만명의 선·후천적 복수국적자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14만8528명)보다 1.7배나 많다. 이들의 발길은 대부분 선진국으로 향했다. 최근 5년(2018년~2022년)간 한국 국적상실·이탈자의 새 국적은 미국(56.2%), 일본(14.8%), 캐나다(13.6%) 순으로 많았다.
 
보스턴에서 거주하는 송민기(30)씨는 “과거에는 영주권만으로 충분히 미국 생활이 가능했지만, 최근 자녀의 취업 등을 이유로 시민권이 없으면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늘며 국적을 포기하는 이민자들이 많아졌다”며 “한국법상 만 65세 이상일 경우 조건부 이중국적이나 국적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민자들 대다수가 큰 고민 없이 국적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적은 여전히 한국이지만, 생활터전을 해외로 옮긴 사람도 많다. 결혼, 입양, 취업, 사업 등으로 장기 체류비자를 취득해 몸과 마음을 외국에 두는 이들(해외이주자)도 매년 증가 추세다.
 
1980년대 해외이주신고자 수는 연간 3만명대를 웃돌았다. 기회의 땅 미국에 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불던 때였다. 하지만 한국이 점차 선진국 반열에 오르자 이주신고자 수는 2000년 1만5000명대로 감소하더니, 2014년에는 249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경기침체 등이 이어지며 지옥보다 힘든 한국 사회를 빗댄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제2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한국 사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7년 해외이주법이 개정된 후 2019년 해외이주자 수는 약 4000명대를 기록했다. 2020~2021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지만, 지난해부터 해외이주가 다시금 늘어나고 있다. 한국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명 중 1명인 34%, 그중에서도 사회생활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30대 응답자의 경우 절반에 달하는 46%가 요건만 충족될 경우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3년 연간 1600명대였던 해외 취업자 수는 지난해 5024명으로 10년 새 약 3.1배 증가했다.
 
인구 데드크로스를 겪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더는 두고 볼 수많은 없는 상황이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만간 재외동포청 설립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 출생 후 해외 이주자’에 대한 정확한 집계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국적을 취득하면 복수국적이 가능하지만, 한국인이 해외에서 현지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 국적은 포기해야 하는 비대칭적 상황”이라며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인이 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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