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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오르간, 그 화려한 소리의 이면

서양의 오래된 교회에 가면 어디에나 오르간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교회 안에 들어가 지축을 울리는 듯 웅장한 오르간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신자가 아닌 사람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받곤 한다. 그러나 지금 오르간 소리를 듣고 감동을 받는 사람 중에 옛날에 이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오르간은 파이프에 공기를 불어 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다. 파이프의 크기는 짧게는 7㎜에서부터 길게는 15m가 넘는 것까지 다양한데, 이런 파이프들이 오르간에 따라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만 개까지 있다.
 
파이프에 공기를 불어 넣을 때 공기의 압력이 부족하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기는 누가 불어 넣었을까? 바로 일꾼들이 풀무질해서 파이프에 공기를 불어 넣었다고 한다. 오르가니스트가 정장을 차려입고 엄숙하게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오르간 뒤에서는 수십 명의 일꾼이 땀을 뻘뻘 흘리며 풀무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높은 압력을 필요로 하는 대형 오르간의 경우에는 아주 많은 수의 일꾼이 필요했다.
 
영국 윈체스터에 있는 오르간에는 26개의 풀무가 있는데, 이것을 70명의 일꾼이 동원되어 돌렸다고 한다. 그런데 풀무질은 엄청난 중노동이다. 그래서 일이 너무 힘들어 일꾼들이 연주 도중에 도망을 가기도 하고, 높은 일당을 주지 않으면 일을 안 하겠다고 버티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전기를 이용해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 넣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르간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노동집약적인 악기에 소리를 불어 넣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수많은 ‘졸’들의 숨은 노고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어디 오르간뿐이랴. 이 세상에 화려함으로 윤색된 노동의 힘겨움이 또 얼마나 많은가!



진회숙 /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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