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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왜 에세이를 읽어야 할까?

에세이는 배우고 쓰는 것보다 ‘읽기’가 우리 곁에 가깝습니다. 물론 성인 1인이 1년간 읽는 책을 생각해 보면 곁에 있다는 말의 참담함도 느낄 겁니다. 정보나 지식, 지혜를 받아들이는 창구가 예전보다 다양해지고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책이 역할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얕게 쌓여가는 지식 속에서 ‘깊게’ 읽기는 더 빛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글은 어떻게 우리 앞에 남게 되었을까요? 글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읽기의 이유가 좀 더 명확해집니다. 문자의 시작은 아마도 계약, 약속에 있었을 겁니다. 모든 것이 기억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증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믿는 사람끼리는 계약서나 각서는 안 씁니다.  
 
그래서일까요? 한자를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진 창힐은 글자가 생기면 속이는 일이 생길 것을 우려하였다고 합니다. 글자가 있으면 속이지 못할 것 같지만, 글자를 고쳐 속이는 일이 생길 수 있었던 겁니다. 위조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글자는 말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고쳐질 위험이 있습니다. 예전 성인들이 직접 글을 남기지 않은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글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초창기의 글은 주로 노래가 많습니다. 노래의 내용은 신에 대한 제사나 사랑 이야기가 많습니다. 나약한 인간임을 깨닫는 순간 하늘을 우러러 노래를 부르고, 사랑하며 사는 사람임을 깨닫는 순간 사랑을 노래하였을 겁니다. 노래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왔으나 글이 생기고 나서는 노래부터 글이 됩니다.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펴낸 용비어천가와 월인천강지곡이 노래입니다. 향가도 고려가요도 시조도 가사도 다 노래였습니다. 무속신화나 설화 등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노래가 시작이었을 겁니다.  
 


초창기의 글에는 대화가 많습니다. 희곡도 사실은 모두 대화입니다. 예전의 이야기는 우리 삶을 반영하였기에 대화가 중심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화가 꽃이 핀 것은 성인의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주요 경전에는 수많은 대화가 담겨있습니다. 여시아문으로 시작하거나, 공자 왈로 시작하고, 예수 가라사대로 이야기가 풀어집니다. 소크라테스의 글은 아예 ‘대화’나 ‘변명’이라는 이름을 담습니다.
 
대화의 주요특징은 상대가 있다는 것입니다. 주로는 제자와 대화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이해하기 쉬운 말이 기본입니다. 일부러 어렵게 설명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설명이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때 활용하는 것이 바로 비유입니다. 비유는 일부러 꼬아놓는 기법이 아닙니다. 말로 다할 수 없는 세계를 보여주는 수식입니다. 비유는 글 이전의 세계를 담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유 때문에 글이 어려워졌다면 그 글에는 문제가 있는 겁니다.
 
볼 수 없는 대상에게 쓴 글은 주로 편지였습니다. 초창기의 글은 편지이거나 편지 형식을 띤 글이 많습니다. 편지를 보내고 나면 자신에게 글이 남지 않기에 한장 더 써서 보관하곤 했습니다. 그런 글이 모여서 책이 되기도 했습니다. 편지글도 상대가 있는 글이기에 이해 가능한 글이어야 합니다. 물론 상대에 따라 글의 수준이 달라지기는 했을 겁니다. 옛 경전에도 다양한 많은 편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는 글의 대상이 불특정 다수로 넓어졌습니다. 공자님 시절에 읽어야 할 책과 현재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은 종류와 범위가 다릅니다. 그러기에 다양한 에세이 읽기는 세상을 보는 눈과 힘을 마련해 줍니다. 에세이는 늘 기쁘게 읽는 글입니다. 내 시각의 각도를 넓혀주기 때문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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