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효과 미미…폐지론 급부상
[FOCUS: 일광절약시간제 논란]
인위적인 시간 조절로
생체리듬 파괴 사고유발
상원서 영구화 법안 발의
하원 "효율성 검토 필요"
DST는 미국에서 실시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최근 효용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매년 두 차례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영구 시행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폐지·재개·수정 반복
미국에서는 1918년에 잠시 시행됐다가 의회에서 폐지하는 등 정착 과정이 복잡하다. 2차 대전 중에는 ‘전쟁 시간(War Time)’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후 주별로 다르게 적용되다 1966년 존슨 대통령 시절에 법안이 마련됐다.
DST 시행 초기에는 기간이 지금처럼 길지 않았다. 1986~2006년에는 4월 시작돼 10월에 끝났다. 현행 제도(3월~11월)는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확정돼 2007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연중 33주, 날짜로는 1년 365일의 65%인 238일이 DST의 영향을 받는다.
▶같은 주에서도 2개 시간대
하와이주와 애리조나주는 일광절약시간제를 실시하지 않는다. 푸에르토리코, 아메리칸 사모아, 괌 등도 표준시를 유지한다.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을 보이는 애리조나의 경우 낮시간이 길어지면 냉방기 사용이 많아져 에너지 절약에 오히려 역효과다.
하지만 주 안에서도 DST 채택 여부에 따라 1시간이 차이가 난다. 애리조나주의 일반 지역은 DST를 적용하지 않지만 북부의 나바호 인디언 자치지역에서는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지역에서 자치지역으로 들어가면 시간이 1시간 빨라지다가, 경계를 벗어나면 다시 늦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DST로 전기가 절약된다?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 DST 제도의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DST가 처음 실시된 때는 ‘하루 중 햇빛이 있는 시간을 이용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간단한 원칙이 적용되던 시기다. 당시 에너지의 대부분은 밤시간에 조명을 밝히는 데 사용됐다.
현재는 에너지 소비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전등을 밝히는데 사용하는 에너지 비중이 크지 않다. 오히려 낮시간이 길어지면 가전제품 사용이 늘고 활동에 따른 전기 사용량도 증가한다.
캘리포니아 에너지 커미션은 “DST로 줄일 수 있는 에너지는 미세하거나 거의 없다”로 결론지었다. 연방 정부도 “단지 0.5% 정도 절약할 수 있다”며 효과가 미미하다고 밝혔다. 유럽 연구에서도 DST를 채택하면 조명용 에너지는 줄지만 히팅·냉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광절약시간제의 부작용
DST 초기에는 절약효과가 컸지만 지금은 생체리듬을 깨뜨려 건강 문제, 안전사고 위험, 생산성 저하 등을 유발한다며 폐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노스웨스턴 메디신의 연구에 따르면 DST 시행 후 첫 1주일간 심장질환은 24%, 뇌졸중은 8%, 정신질환·인지장애는 11% 각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미자동차협회 보고에 따르면 일광절약제 시행 첫날 자동차 사고는 평상시보다 17%까지 많았다. ‘태양 시간’과 ‘생활 시간’을 인위적으로 어긋나게 했기 때문이다.
한편 DST 찬성 측은 시간을 고쳐 낮 시간대를 늘리면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고 경제활동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폐지와 존속의 갈림길
DST 개정 움직임은 크게 3가지다. 일단은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매년 2번씩 시계바늘을 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다음은 일광절약시간제를 영구화하자는 주장이다.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의 ‘일광 보호법(Sunshine Protection Act of 2023)’이 대표적이다. 루비오 의원은 “1년에 두 번 시계를 돌리는 ‘의식’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법안을 발의했다. DST 시행은 유지하면서 시계바늘 돌리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1세기 넘게 사용했던 일광절약시간제를 완전 폐기하고 표준시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영구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하원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의원들이 많다. 앞서 말한 3가지 방안의 장단점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최상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DST는 인류가 고안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획기적인’ 에너지 절약법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에너지 소비패턴이 바뀌고 라이프스타일도 변하면서 이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최초 제안자가 벤자민 프랭클린?
현대적 의미에서 일광절약시간제를 처음 고안한 인물은 뉴질랜드 곤충학자 조지 허드슨이다. 1895년 그는 “2시간 정도 조정하면 길어진 낮시간을 이용해 곤총을 더 관찰할 수 있다”며 지금의 DST와 비슷한 제안을 했다. 또한 1907년에는 영국인 윌리엄 윌렛이 시간을 조정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여러 사람들이 시간을 변경해 햇빛을 연장하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바로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1915년 독일이 전쟁 기간 중 세계 최초로 일광절약시간제를 시행했다. 전시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낮시간을 늘리려는 목적이었다. 이후 DST를 채택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현재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70여개 국으로 확대됐다.
세계 모든 국가가 1시간 차이 적용?
시행초기에는 지역에 따라 2시간을 늦추거나 빨리하는 지역도 있었다. 반대로 30분을 기준으로 하는 곳도 있다. 지금도 호주 서부의 로드 하우 섬은 30분 간격으로 조정한다. 그 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대부분의 국가에서 1시간으로 정착했다. 생리적 주기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햇빛을 연장하는 절충안이다.
김완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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