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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아들과 마마보이

한국을 다녀온 지 3개월 만에 또 비행기를 탔다. 2개월 사이로 모친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 다니는 걸 자랑스러워하던 엄마는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두 번이나 갈비뼈 골절상을 당했다. 갈비뼈가 붙으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빨리 낫고 싶은 욕심에 어혈을 푼다고 피를 뽑기도 하며 여기저기 병원 순례를 한 모양이다. 결국 피부에 괴사 증상이 보여 입원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요양사 센터장이 연락을 해주었다. 남동생이 아니고.
 
엄마 휴대폰으로 연락했으나 신호는 가는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 태평양 건너에 있으니 병원으로 뛰어갈 수도 없어서 마음만 애가 탔다. 혹, 경황이 없어 휴대폰을 집에 두고 가셨나? 별의별 생각을 하다가 입원한 병실 번호를 알게 되었다. 간호사에게 어찌 된 상황인지 물었더니 간호사 왈, 가족 중 한 사람만 통화를 하라고. 버스 타면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동생 내외는 방문을 하지 않고 왜 전화만 거는 걸까? 화가 스멀거리며 밀려온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리턴 콜이 없다. 재가복지 센터장이 유일한 연락창구다. 간신히 엄마랑 통화하게 됐다. 한국에 갈 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수화기 너머 음성이 좋지 않다. 섬망 증상이 나타나는 듯싶다. 섬망은 노약자나 장기간 입원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한국에 간다는 소식을 들은 남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가 누나가 오길 원치 않는다’고. 병원 보호자는 자기라고. 형제간 분쟁이 시작될 모양이다.
 


갈비뼈 골절 후 하루 3시간 돌봄 서비스로는 충분하지 않아 모친 집에서 5분 거리에 사는 남동생이 밤에만 같이 기거하기로 했다. 모친은 동생의 요구대로 일정의 수고비를 매달 지불한 모양이다. 정리되지 않은 동생과의 갈등을 어떻게 교통정리를 해야 할지. 나는 깊이 잠들지 못했고 소스라치게 잠에서 깨어났다. 엄마를 돌본다는 조건으로 간병비를 받아가다니. 엄마를 퇴원시키기 위해 나는 페널티를 물어가며 예정보다 일주일 앞당겨 한국으로 향했다.
 
오래전 짓지 못했던 매듭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왔고 그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거라고 여기니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냈다. 20년 전 부모님 살던 21평 단독주택이 재개발지역이 되어 팔리게 됐다. 그런데 나중에 남동생이 벌써 집 판 돈의 일부를 가져가 아파트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국제전화로 왜 나와 상의를 안 하고 결정했냐고 화를 내봐야 소용없는 일이 되었고 훗날 나대신 엄마를 잘 돌봐줄 거라는 기대만이 위로였다. 모친은 반 지하방에서 혼자 기거하며 생활했다. 내 몫으로 할당된 돈은 은행에 넣어놓고 그이자는 모친의 생활비에 보태게 했다. 하지만 은행이자율은 1%에 머물렀다. 동생의 아파트는 점점 가격이 올라갔고 내 몫으로 남겨진 현금의 가치는 점점 떨어졌다.
 
한국도 복지시설이 좋아져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이 제공됐다. 영양가를 고려한 도시락은 고기나 생선, 채소 반찬으로 균형 있게 짜여졌다. 그런데 요양사 말로는 남동생이 기거하게 된 후로는 엄마가 영양가 있는 반찬을 아들용으로 남기고 당신은 거의 맨밥을 드셨단다.
 
지금 가족의 허물을 드러내려는 게 아니다. 한때 아들에 편중되었던 시대의 말로를 말하고 싶은 거다. 얼마 전 결혼한 친구 딸이 1년 반 만에 이혼했다. 사위가 마마보이였다고.

권소희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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