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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이어진 세습 논란…명성교회는 '목사' 지켰다

한국 대법원 판결로 논란 종지부
아들 김하나 목사 지위 인정돼

교계는 그동안 갈등과 분열로 상처
세습 논란 두고 교계 내 비판 여전

미주 한인교계서도 논란은 계속돼
판결 수용하고 갈등 봉합 목소리도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한국 대법원이 결국 교회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다. 5년간 이어진 기나긴 논란이었다? 지난 2019년 세습 문제를 두고 소속 교단인 예장 통합 재판국이 재심 결정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한국 대법원이 결국 교회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다. 5년간 이어진 기나긴 논란이었다? 지난 2019년 세습 문제를 두고 소속 교단인 예장 통합 재판국이 재심 결정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5년 만이다. 명성교회의 부자(父子) 세습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 대법원이 지난달 23일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가 명성교회를 상대로 한 김하나 목사의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교회 측 손을 들어주면서 수년에 걸친 세습 논란이 일단락됐다.  
 
세습 논란은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됐다. 이 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후임으로 위임된 후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세습 논란'이 일었고, 심지어 미주 한인 교계에서까지 파장을 일으켰다.
 
수년간 이어진 세습 논란은 법원의 결정으로 종결됐지만 이번 이슈로 교계는 갈등과 분열 등 상처를 입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세습 논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여전하다. 반면,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고 세습 논란으로 갈라진 교계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지난 5년간 한국과 미주 한인 교계, 사회에서까지 엄청난 이슈였다. 파란만장했던 지난 시간을 정리해봤다.
 
지난 2017년 11월12일이었다.
 
한국의 초대형 교회인 명성교회가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후임으로 위임했다.
 
이미 교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명성교회 세습 추진설'이 떠돌고 있었다. 이날 명성교회의 결정은 소문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2007년은 때마침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였다. 교인 수 10만 명, 연간 재정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가 부자 세습을 허용하자 파장은 교계를 넘어 사회에까지 미쳤다. 곳곳에선 세습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언론까지 세습 논란을 보도했다.
 
당시 본지에는 이례적으로 종교 기고문이 줄을 이었다. '기독교 먹칠하는 교회 세습(나광수)' '교회 세습에 분노한다(윤천모.풀러턴)' '아들이 우상인가(최성근)' '세상이 걱정하는 교회(정요석)' 등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안타까워하는 독자들이 계속해서 글을 보내왔다.
 
나광수 씨는 당시 기고문에서 "김하나 목사가 담임이 되기까지 명성교회가 행한 방식은 매우 치밀하고 세속적이었다"며 "성직자 스스로 본인과 교회의 명예를 해친 것도 사망이나 다름없다"고 글을 썼다.
 
미주 한인교계에서도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이민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의 성명서'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총 483명의 목회자 및 교인들이 동참했다.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한인 교계 목회자들은 "명성교회 세습을 보면서 깊은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실에 침묵하고 회개를 촉구하지 않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조국 교회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습 철회 등을 요구했다.
 
명성교회는 부정적 여론에도 쉽게 꺾이지 않았다. 명성교회의 소속 교단(예장통합)이 뒤를 받쳤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지난 2018년 8월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를 후임으로 세운 것을 두고 "청빙 결의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세습을 용인한 셈이다.
 
소속 교단까지 명성교회 측의 손을 들어주자 이 소식은 일파만파 퍼졌다. 판결 직후 '명성교회'는 한국내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UCLA 옥성득 교수는 학자가 되기 전 예장통합에서 목회자 안수(1993년 4월)를 받았었다. 한국 기독교사에 있어 최고 학자인 옥 교수는 판결에 반발, 목사 사직서를 제출했다.
 
옥 교수는 당시 "세습 인정 판결로 예장통합은 80년 전 신사참배 결의보다 더 큰 죄를 범했다. 통합 교단 최대 수치의 날이자 가장 큰 불의를 범했고 통합 교단은 오늘자로 죽었다. 언젠가 통합 총회가 재를 덮어쓰고 회개하여 오늘의 결의를 무효로 돌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교단의 결정 역시 후폭풍은 거셌다.
 
미주 한인교계의 최대 교단인 해외한인장로회(이하 KPCA)까지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 통합은 KPCA의 전신으로 서로 자매 교단이다. 많은 부분에서 동일한 헌법 체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KPCA 조차 성명에서 "세습 과정에 법적 문제는 피했을지 모르지만, 법 취지를 훼손한 것도 사실이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우리는 원칙적으로 교회 세습을 반대한다. 금번 사태와 관련하여 근시안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한국교회가 다시금 세상을 변화시키고, 불신자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할 대승적 결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극심한 반발 여론에도 명성교회는 굳건했다. 세습 논란은 그렇게 끝나가는 것 같았는데 다시 불을 붙는 사건이 발생했다.
 
예장통합 총회에서 교단 재판국의 헌법 해석이 잘못됐다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교단 재판국의 세습용인 판결을 교단 총회가 한 달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어 교단은 재판국원 15명을 모두 교체하는 결정도 내렸다.
 
새롭게 교체된 예장통합 재판국원들은 이로부터 1년 후 명성교회의 담임 목사직 세습이 교단 헌법상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때 예장통합에서 총회장을 맡고 있던 인물은 림형석 목사였다. 림 목사는 LA동부 지역의 선한목자장로교회에서 시무하다 한국 평촌교회로 목회지를 옮긴 뒤 예장 통합 교단 총회장에 올랐다. 과거 나성영락교회 담임을 맡은 림형천 목사의 형이기도 해서 화제가 됐다.
 
엎치락뒤치락이었다. 예장통합 총회는 새 총회장이 선임된 후 또다시 명성교회의 세습을 인정하는 수습안을 통과시켰다. 수습안은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2021년 1월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 목사직을 맡을 수 있게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습안 상정 배경은 이렇다. 김삼환 원로목사가 지난 2015년 12월 명성교회 담임 목사직에서 정년 퇴임했다. 당시 총회에서는 안건으로 (담임) 목사나 장로가 은퇴하고 5년이 지난 뒤부터는 배우자나 직계비속을 위임(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게 허용하는 교단 헌법시행령이 올라왔다. 결국, 교단 총회는 '은퇴 5년 후 직계비속의 청빙이 가능'한 시행령을 통해 명성교회가 세습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 즉, 김삼환 목사의 은퇴 5년 후가 곧 2021년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교단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김하나 목사를 청빙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문제는 결국 사회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법원의 판결도 오락가락했다. 김하나 위임목사의 교회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김 목사의 청빙이 교단 세습금지법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명성교회 측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사실상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주며 세습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명성교회는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텼다. 장장 5년이었다. 그렇게 지켜낸 건 김하나 목사의 자리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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