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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스키예찬

흰 눈으로 덮인 산 능선과 계곡을 스키를타고 내려오다 보면 어느덧 나는 근심 걱정 없던 천진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눈이 오고 온 세상은 모두 흰 빛으로 물들어질 때 지나간 인생의 모든 기억은 지워져 나의 작은 자아가 없어지면 속세를 떠나 천상을 노니는 시간이 된다. 영원한 젊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사람이 늙어 더 좋아질 게 무엇이 있겠는가. 나이 칠십 대가 되는 시간,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The best is yet to come)’는 말 대신 조금 더 많아진 여유시간에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게 최상의 행복이다.
 
칠십 대 노년의 스키란 굽어진 목과 허리, 찢어진 어깨 힘줄, 닳아 버린 무릎, 여기저기 삐걱 소리가 나지만, 그러나 걸을 수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요즘 스키가 너무 잘 만들어져서 그냥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해 스키 위에 얌전히 서 있으면 저절로 스키가 움직인다.
 
해발 3000 높이의 산꼭대기에서 흰 눈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중력 낙하의 흐름 속에 나 자신의 몸무게를 느낄 때의 그 희열은 우주 속의 완벽한 생명체로 존재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빠른 스키의 속도를 조절하며 내려오다 보면 흐르는 물과 같은 인생의 허망한 감정도 흐뭇한 미소로 변하게 된다.  
 


스키는 나의 노래요, 춤이요, 명상이며, 자유로운 혼이다. 중력의 에너지 속에서 나의 모든 세포가 함께 움직일 때 몸은 건강해지고 많은 성인병도 치유되리라. 암도 치유가 되는지 조사해봐야겠다.  
 
나이 칠십 대가 되니 또 좋은 게 있다. 보통 140달러~260달러의 스키장 입장료를 내야 하는 마운틴하이 스키장과 빅베어 스노우밸리 스키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빅베어 스노우서밋, 맘모스 스키장은 80세 이상이 공짜다. 아직 나이 칠십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시즌 패스를 사서 유타를 포함한 미국 대부분의 스키장을 즐기면 된다.  
 
약한 무릎 때문에 상급 스키 기술을 배우기를 포기한 나는 우연한 인연으로 리처드 박 강사를 만나 2년 동안 함께 훈련받으며 젊었을 때 포기했던 내 청춘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77세에 나는 미국 전문스키 강사 자격증을 땄다.  
 
오늘 두 발이 없는 젊은 여인이 휠체어가 아닌 스키 체어를 타고 능선을 내려오면서 맑게 웃는다. 스키는 그녀에게도 나만큼의 동심을 찾아주었나 보다. 내게 가장 천진난만한 행복감을 주는 스키를 타기 위해 난 다시 눈 쌓인 산을 찾을 것이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스키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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