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풋 재선 실패… 발라스 최다 득표
시카고 시장 선거 내달 4일 결선투표
4년 전 미국 대도시 최초의 동성애 흑인 여성 시장 기록을 세우며 당선된 로리 라이트풋(60) 현 시장은 3위로 지지율 16%를 얻는데 그쳐 재선에 실패했다.
28일 실시된 시카고 시장 선거에서 ‘공공안전 강화, 경찰 지원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앞세운 폴 발라스(69) 전 시카고 교육청장이 지지율 35%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득표율이 과반에 못 미쳐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상대는 20% 지지율로 2위에 오른 브랜든 존슨(47) 쿡 카운티 위원.
발라스 전 청장이 개표 초반부터 선두자리를 굳히며 결선 진출을 확정한 반면, 2위 자리를 놓고 존슨 위원과 라이트풋 시장, 헤이수스 추이 가르시아(66) 연방하원의원이 각각 14~20%대 지지율로 접전을 펼쳤다.
개표가 91% 진행된 상황에서 라이트풋 시장은 패배를 인정했고, 시카고 트리뷴은 발라스와 존슨을 결선 투표 진출자로 확인했다.
라이트풋은 시카고 첫 여성 시장 기록을 세운 제인 번 이래 40년만에 재선에 실패한 첫 시장이다. 번 전 시장은 1979년 첫 여성 시장으로 당선됐으나 재선 고지에 오르지 못한 채 1983년 첫 흑인시장 해롤드 워싱턴에게 패했다.
발라스는 1차 결과 축하 자리에서 라이트풋이 자신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라이트풋을 위해 박수를 보내자고 지지자들에게 외쳤다. 그는 최종 당선된다면 "우리는 안전한 시카고를 만들 것이다. 우리는 시카고를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카고는 1999년부터 정당별 예비선거가 없는 통합 경선제를 채택하고 1차 선거에서 과반 이상 득표하는 후보가 없으면 1위와 2위가 결선 투표를 치러 당선자를 가리도록 하고 있다. 결선 투표일은 오는 4월 4일이다.
시카고시 등록 유권자 수는 158만1천여 명. 이 가운데 28만여 명이 선거일에 앞서 조기투표 또는 우편투표로 사전 투표를 마쳤으며 이는 역대 최고치로 기록됐다.
하지만 총 투표율은 저조하게 나타났다. 시카고 선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시장과 시의원 50명, 경찰감독위원 등을 뽑는 이날 50만7천여 명(32.1%)이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5~64세였다.
연방검사 출신 정치 초년병 라이트풋 시장은 2019년 선거에서 언더독으로 급부상, 유력한 기성 정치인들을 제치고 당선됐다. 그러나 살인율과 총기사고율이 최근 3년 연속 증가하며 3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2019년 이후 강도 및 차량절도 사건이 폭증하는 등 치안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서 신뢰를 잃었다.
게다가 직설적이고 거친 발언, 욱하는 성격 등이 일부 시의원과 주민들의 반발을 사면서 '시정 수행 능력 결여',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재선 캠프가 현직 시장 지위를 이용, 시카고 공립학교와 시립대학 등에 캠페인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반면 발라스 전 청장은 2019년 처음 시장 선거에 출마한 당시에는 큰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시카고 트리뷴과 경찰노조 등의 공개지지를 받고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발라스 전 청장은 "민주당 주도의 사법당국이 순진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취급하는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공공안전을 시카고 주민들의 기본 인권으로 다루겠다"고 약속해 호응을 얻었다.
경쟁 후보들은 발라스 전 청장을 "보수 성향의 가짜 민주당원"이라며 협공을 벌였으나 발라스는 "평생 민주당원"임을 강조했다.
발라스와 맞대결을 벌일 교사 출신 존슨 위원은 시카고 교원노조(CTU), 일리노이 교사연합(IFT), 헬스케어 서비스 노조(SEIU Healthcare) 등 굵직굵직한 노조의 적극적 지지 받으며 선거 후반에 급부상, 결선 진출권까지 따냈다.
한편 시카고의 유명 칼럼니스트 존 카스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시카고가 실정(失政)과 부정부패, 범죄로 얼룩지고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번 선거는 시카고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고사(枯死)할 것인지를 스스로와 세상에 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Kevin Rho 기자•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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