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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멤버십 책방’, 승산 있는 발상

장열 사회부 부장

장열 사회부 부장

다들 활자 매체의 미래를 잿빛으로 봤다.  
 
반면, 유명 서점 ‘반스앤드노블(Barnes & Noble)’은 장밋빛 미래를 본다. 이 서점은 최근 연간 40달러에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요즘은 보는 게 대세다. 스트리밍 사이트라면 몰라도 책방이 멤버십이라니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반스앤드노블은 지난 2019년 제임스 던트가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뒤 전자책을 버리고 종이책으로 회귀했다. 온라인 서적 시장에서 아마존과 어설프게 경쟁하던 것을 중단했다. 서점 내에서 책과 관련 없는 상품도 모조리 치워버렸다. 자신들이 잘 알고,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매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반스앤드노블은 본질을 붙들면서 다시 기지개를 켰다. LA타임스 마이클 힐직 칼럼니스트는 “이 서점은 올해 30개의 매장을 더 개설할 예정이다. 책과 글쓰기에 관련된 모든 것에 집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스앤드노블은 운영에 심혈을 기울인다. 일례로 이 서점은 책 섹션, 책 배치 등을 자주 바꾼다. 책에 대한 수요, 독자의 관심도, 서점 내에서 고객의 동선 등을 파악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책 밑에는 직원이 직접 손 글씨로 요약해둔 메모까지 붙여 놓는다. 그 많은 책을 일일이 열어보지 않아도 메모만 보면 어떤 책인지 알 수 있다. 고객을 향한 정성과 배려다.
 
기지개를 켜는 이유는 또 있다. 체인형 서점임에도 철저하게 로컬화를 추구한다. 동네 성향에 따라 책 배치가 각기 다른 이유다. 일례로 교육열이 높고 보수적 색채가 짙은 오렌지카운티 풀러턴 지역 반스앤드노블의 경우 일부 학부모가 항의하자 청소년 동성애 관련 만화책이 섹션 하단에 깔린 적도 있다.
 
이 서점은 출판사의 로비, 본사에서 관리하는 획일적인 판매 전략에 구애받지 않는다. 재고 정리와 배치 등의 권한을 각 지점 관리자에게 일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스앤드노블은 지금 미래 세대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부모라면 이 서점에 자주 가게 되는데 두어 시간은 쉽게 보낼 수 있다. 키즈 섹션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읽어주는 ‘스토리 타임’ 등 책과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는 환경과 프로그램을 만들어뒀다.  
 
활자 매체의 부활은 단순히 반스앤드노블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미출판인협회(AAP)측은 “지난 2021년 도서 판매 수익이 사상 최고치인 293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261억 달러) 약 12% 증가했다.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회사인 NPD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종이책은 8억2570만 권이다. NPD가 종이책 판매 조사를 시행한 지난 2004년 이후 역대 최고 판매량이다.
 
USC 공대 김선호 교수와 빅데이터 수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김 교수는 “이공계 전공자가 기술을 이용해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해도 그것을 분석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찾아내는 건 또 다른 능력”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와 코딩 능력을 강조하는 게 대세가 됐다. 인공지능(AI)이 답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단축하고 테크놀로지가 사회의 각 영역을 서서히 대체해 나가는 상황이다. 인간의 사고 능력은 점점 퇴화할 수 있다.  
 
그럴수록 책의 중요성은 부각된다. 읽는 것은 단순히 활자를 인식하는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읽는다는 건 생각하고, 개념을 정리하는 행위다. 체화된 사상을 머릿속에서 꺼내 말하고, 직접 글로 쓸 수 있는 역량으로까지 이어진다.
 
영상은 짧아지고, 더 자극적으로 진화한다. 활자의 영역은 그럴수록 점점 상극으로 향한다. 그 지점에 역설이 있다.
 
반스앤드노블의 기지개는 현시대의 반작용 현상을 내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장 열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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