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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꿈을 꾸다

시를 덮고 잠든 오후
 
외줄 문장 하나가 꿈을 꾼다
 
깊은 바다로, 숲으로, 도시로 들어가 그물을 던진다
 
싱싱한 언어의 비늘을 벗기고
 
물살을 넓게 가르며 행과 행 사이를 파고든다
 
수액을 깊이 빨아들이는 큰 줄기를 다듬어
 
튼튼한 사유의 기둥 하나 세우고
 
속살까지 확대경을 들이댄다
 
떨어지는 잎을 모아 불쏘시개로 쌓아둔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야생의 하이에나처럼 거리의 밤을 핥으며
 
열려있는 문마다 들어가 냄새를 구분한다
 
보폭은 적당한 운율이다
 
어느 곳에도 경계가 없는 꿈의 사냥터
 
반짝이지 않으면 버려지는 지면에
 
세기의 긴장감이 돈다
 
일찌감치 눈감은 잔챙이들을 털어내고
 
가슴 뛰는 탈고를 한다
 
짧은 잠에서 깨어난다
 
길몽이다

윤지영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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