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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법은 물 흐르듯 순리대로

태평양을 건너 이민 와서 처음 미국생활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신기하고 당황스러운 일도 많았고, 이해가 잘 안 되는 일도 참 많았다. 미국 사람들의 지나친 ‘법(法) 사랑’도 이해하기 어려운 신기한 일 중의 하나였다. 사소한 시비에도 걸핏하면 ‘수(sue)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참 어리둥절했다. 미국 사람들은 모두 할리우드 영화처럼 평화롭게 사랑만 하면서 사는 줄로 알았는데, 현실은 생판 달랐다.
 
우리 같으면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다가 잘 안 되면 제일 마지막으로 택하는 수단이 법에 의존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서로 얼굴 붉히며 다툴 것 없이 ‘고소’부터 하고 보는 것 같아서 이상했다. 세상일이 그렇게 법으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건가, 변호사 좋은 일만 시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지만, 법은 만능이 아니다. 사람이 만든 사회적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상식적 약속….
 
그런데,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도 ‘법 만능’ 세상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법대로 하면 된다”는 절대적 기준을 솔선수범하는 모양새다. ‘검찰공화국’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도 들려온다. ‘재미동포’ 주제에 뭐라고 어줍잖게 말을 보태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지만, 법이란 무엇인가를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법(法)이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물(水) 가는(去)대로’라는 뜻이 된다. 법이란 물 흐르듯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라는 본질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런가 하면, 독일의 법학자 엘리네크(1851~1911)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고 말했다. 법은 도덕을 기초로 형성된 윤리적 규범이며, 법이라는 사회적 장치는 사회구성원이 지켜야 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법의 근본적 목적은 사회 질서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당연히 법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그래왔고, 어느 나라나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선현들이 남긴 명언만 잘 새겨 읽어도 법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용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 명언 몇 가지….
 
△법률로써 이끌고 형벌로써 다스리면 백성들은 이 그물만 벗어나려 하여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러나 덕으로써 인도하고 예의로써 다스리면 그들은 부끄러움을 알고 나아가 올바른 사람이 되려 한다.-공자
 
△부패한 사회일수록 많은 법률이 존재한다.-사무엘 존슨
 
△여론이 항상 법률을 앞선다.-고리키
 
△법은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부자들은 법을 지배한다.-골드 스미스
 
△법 위에 아무도 없고 법 아래 아무도 없다.-루즈벨트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려라.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하지 말라.-불경
 
△법의 그물은 하찮은 범죄자들만을 잡도록 짜여졌다.-칼릴 지브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제도를 완벽한 것으로 맹신하지 말라. 법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 법이 존재한다.-이드리스 샤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이런 명언들과는 달리 법이라는 것의 정체가 참 모호하다. 해석하기 나름이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판이니….
 
법 없이도, 물 흐르는 순리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 그립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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