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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26가 디스카운트 몰

박춘호

박춘호

주타운(Jewtown)이라는 곳이 있었다. 시카고 다운타운 인근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UIC) 캠퍼스 근처에 위치한 장터 혹은 쇼핑가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유태인계 주민들이 장터를 세웠고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카고의 대표적인 쇼핑 디스트릭이었다.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여름철이면 주말에 플리마켓 형태의 장터가 섰던 맥스웰 스트릿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상권이었다.  
 
그리고 디비전몰이 있었다. 다운타운 북쪽 끝에 위치한 디비전길은 주타운 이후로 활성화됐던 쇼핑거리였다. 아무래도 다운타운에 비해 조금 더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고 거주민들의 숫자가 많았던 곳이라 주타운 이후 쇼핑거리가 됐다.
 
아울러 시카고에는 디스카운트몰이 있었고 메가몰이 있었으며 수퍼몰이 있었다. 각각 시카고 남서부, 북부, 남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던 대표적인 쇼핑몰이었다.
 
이들 쇼핑몰은 한인 상인들이 주로 영업을 했던 대표적인 곳이었다. 주타운과 디비전몰이 유태인이 떠난 자리를 한인들이 물려 받은 방식이라면 디스카운트몰과 메가몰, 수퍼몰은 한인이 몰을 직접 운영했고 이런 인연으로 한인 상인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업종은 다양했다. 의류와 잡화, 보석, 장난감, 가방, 패션 액세서리, 모자, 오디오, 예전에는 비퍼였다가 최근에는 휴대전화까지. 한인들이 종사하는 업종은 실로 다양했다. 주로 1980년대 이민 문호가 활짝 열리면서 시카고에 이민 온 한인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가장 일하기 쉽고 편한 방식이 이렇게 한인들이 집중된 쇼핑몰로 입점하는 것이었다.  
 
몰은 주로 플리 마켓과 같은 형식이 주를 이뤘다. 초기에는 벼룩시장과 같은 방식으로 시작됐겠지만 이들 몰은 보통 주말만 아니라 매일 오픈했고 쇼핑몰 유닛마다 자영업자들이 입주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주로 소수 인종을 상대로 장사를 했기 때문에 ethnic market이라고도 불렀다. 디스카운트몰은 26가 리틀빌리지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의 절대 다수가 라티노들이었다. 이곳에 가면 라티노들이 선호하는 상품과 음식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이 때문에 시카고와 일리노이를 포함한 중서부 먼 곳에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주말이 되면 큰 밴을 타고 대여섯 명의 가족이 디스카운트몰에 쇼핑을 와서 식사를 하고 필요한 옷을 사고 때때로 열리는 거리 축제를 즐기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리틀 빌리지가 다운타운 매그니피션트 마일 다음으로 시카고에서 쇼핑 매출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집계된 것은 다 이런 이유가 있었다.  
 
메가몰의 경우 라티노 중에서도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이 많았던 특징이 있었다. 예전 한인타운이었던 로렌스길과 멀지 않았고 시카고 중부시장과도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메가몰 한인 상인들이 점심으로 중부시장 푸드코드의 음식을 투고해 가기도 했다. 메가몰에는 한인 라디오 방송국과 주간지가 위치해 있기도 했다는 사실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시카고 남부 플라스키길에 위치한 수퍼몰은 비교적 백인 손님의 비중이 많았고 그 중에서도 동구권 이민자들의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흑인들을 상대로 뷰티 서플라이와 의류 등으로 비즈니스를 했던 한인들이 차탐, 잉글우드, 매디슨/플라스키, 코티지 그로브 등에서 스트릿 몰에서 장사를 한 것과 비교된다  
 
이런 쇼핑몰들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한인 커뮤니티도 덕을 봤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번 돈으로 한인들이 한인 식품점을 이용했고 한식당에서 외식을 했으며 한인 은행에 계좌를 열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들 자영업자들이 대형 업체를 운영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부를 이루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자식들을 키우고 주택을 구입했으며 자신들의 은퇴를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생활은 이런 자영업을 통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한인 이민자들의 끈기와 인내, 근면함이 바탕이 된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쇼핑몰들이 하나 둘 사라졌거나 다른 커뮤니티에 내줬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최근 주요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디스카운트몰이 대표적이다. 1991년 한인 두 명이 이 몰에서 벤더에게 자리를 주고 영업을 하게 하면서 시작된 디스카운트몰은 2019년 노박 건설이라는 개발사가 매입하면서 운명이 달라지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재개발 계획이 미뤄지기는 했지만 최근 노박 건설이 리노베이션 계획을 밝혔다. 기존 몰 운영업자들과의 협의가 늦어졌다며 구체적인 재개발 계획을 내놓을 수 없었다는 설명도 있었다. 다행히 기존 자영업자들은 몰에 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물론 얼마나 많은 한인 자영업자들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을지 등은 미지수로 남았지만 재개발 추진과 함께 그간 일하던 곳에서 대책 없이 물러나야 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경우는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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