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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
 
-황동규 시인의 ‘풍장 1’ 부분
 
 
풍장은 시체를 지상에 노출해 자연히 소멸시키는 장례법이다. 바람에 말리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풍장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수장(나무 꼭대기나 나뭇가지 사이에 시체를 둠), 초장(짚으로 말아 놓아둠), 대상장(시렁 같은 것에 올려놓음), 동굴장(동굴 안에 안치) 등등.
 
죽으면 누구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흙이 되어가는 과정도 점점 다양해져 가고 있다. 일반적이고 보편화 되어 왔던 것이 매장, 화장, 자연장이다. 그런데 이즈음에 들어 흙으로 돌아가는 길도 편리함과 효용성의 여타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최근 ‘퇴비장’이란 말을 가끔 듣는다. 말 그대로 시신을 썩혀 거름으로 사용한다는 말이다. 뉴욕주가 지난해, 주검을 거름으로 활용하는 퇴비장을 허가했다고 한다. 퇴비장이란 시신을 자연 분해한 뒤 퇴비용 흙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이다. 자연적 유기물환원법이다.  
 
미국에선 2018년 워싱턴주를 시작으로 콜로라도주, 오리건주, 버몬트주, 캘리포니아주가 도입키로 했고 뉴욕주도 퇴비장을 합법화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법의학계에 따르면 관에 들어 있는 시신은 평균적으로 부패를 통해 분해되기 시작해 뼈만 남는 데에 최대 10년이 걸린다. 이에 비해 관이 없는 상태에서는 시신이 모두 썩는 데 5년이 걸린다. 뼈까지 완전히 분해되기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더 걸린다. 사람이 죽으면 혈액을 통한 산소 공급이 멈추면서 세포가 죽고 스스로 분해되기 시작하는데 분해 과정을 통해 천천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반면 퇴비장은 개방된 공간에 시신을 놓고 나무 조각, 풀, 산소를 넣어 시신 분해 속도를 빠르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퇴비장 서비스업체인 ‘리컴포즈(Recompose)’에 의하면 10년 이상 걸리는 시신 분해 과정이 퇴비장을 하면 4주 정도면 끝난다고 한다. 얻어진 퇴비는 열처리한 후 나무나 꽃의 거름으로 사용된다. 인간 존엄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도 크지만 실행하는 이들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퇴비장은 시신을 태우는 화장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매장처럼 토지가 필요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장례방식이라고 한다. 퇴비장은 2005년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합법화됐고 영국도 관 없이 자연에 매장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퇴비장 말고도 특이한 장례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이아몬드장-사람의 유골에서 탄소를 추출하여 공업용 다이아몬드 제작 기법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우주장-유골을 아주 작은 크기의 캡슐로 만들어 우주로 쏘아 올린다. 산호장-바닷속 생물이 서식하도록 고인의 유골을 빻은 뼛가루를 봉인해 인공 암초에 넣어둔다. 불꽃장-유골을 갈아 폭죽과 함께 쏘아 올려 터트린다. 유골은 폭죽과 함께 허공에서 산화하게 된다.  
 
죽음을 통해 이 땅에서 사라지는 인간의 운명. 죽음은 사람의 뒷모습이다. 그래서 어떻게 사느냐 만큼 죽느냐가 중요한데 이제 죽어 흙이 되어 가는 길도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이로움이 있느냐를 생각해 선택해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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