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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정찰풍선과 초한전 <超限戰>

미·중 관계가 풍선과 함께 터지고 말았다. 지난해 말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화를 모색하던 양국 분위기가 중국의 정찰풍선 피격과 함께 산산조각이 난 모양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인공위성이 수도 없이 날아다니는 21세기에 중국은 왜 풍선을 띄웠을까.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제조원가가 낮고 격추돼도 피해가 작으며 한 곳에 장시간 머무르면서 초(超)저궤도의 위성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군사용’이 아닌 ‘민간용’이라 우기며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서다. 배경에 중국의 초한전(超限戰) 개념이 깔려있다. 초한전은 한계를 뛰어넘는 전쟁을 말한다. 1999년 차오량(喬良) 국방대학 교수와 왕샹수이(王湘穗) 베이징항공우주대학 교수가 공동 개발한 개념이다. 미국처럼 강대한 적을 상대할 때는 직접 대결을 피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략적 환경을 중국에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사각의 링에서 규칙에 따른 복싱을 하자고 한다면 중국은 두 손은 물론 발길질과 박치기 외에 욕설 등 온몸을 쓰는 길거리 싸움을 하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勢)다.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상대가 함부로 덤비면 큰코다칠 것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 나라가 커도 싸움을 좋아하면 망한다(國雖大好戰必亡)는 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이후 심리전·여론전·법률전 세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삼전(三戰)전략을 발전시켜 2003년 이를 공식화했다.
 
이런 배경 하에 2010년부터는 중국의 회색지대(灰色地帶)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회색지대의 모호성을 활용해 정치적·외교적·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에서 종종 활용하는 해양민병대다. 이들은 수백 척의 선단을 구성해 떼로 몰려다니며 상대국을 압박한다. 타국이 이들을 공격하면 ‘민간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우려가 있다. 이번 정찰풍선도 대표적인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로 통한다.
 


‘기상관측용 민간 비행선’이란 중국의 항변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을 77가지의 행위로 세분화했는데, 이 77개 항목 중 30개가 한국에 적용됐거나 적용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을 줄여 한국을 압박하거나 한국 학계 인사에 대한 매수 시도 등을 그런 예로 꼽았다. 우리 머리 위에 뭐가 떠 있나 자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야 하는 세상이 됐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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