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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중국 샤프파워의 황혼

“관련 부처에 문의하라.” 지난 9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두 차례 말했다. 호주산 석탄이 이날 수입 금지 2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 입항했고, 내달부터 호주산 랍스터의 수입을 허가했다는 외신 보도의 확인을 피하면서다. 관련 부처 운운은 “알려주지 않겠다”는 외교 레토릭이다. 호주는 이날에도 중국산 폐쇄회로 카메라를 퇴출했다. 호주식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외교를 시연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 당선인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했다. 다음날 마오 대변인은 “중국의 레드라인을 밟았다”며 반발했다. 즉각 보복은 없었다. 2019년 즈데넥 흐리브 프라하 시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의 보복 공세와 달랐다.
 
중국의 샤프파워(Sharp Power)가 퇴조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그간 정치·외교 갈등을 경제로 보복하는 샤프파워를 즐겼다. 무력을 앞세우는 하드파워는 사용이 제한되고, 소프트파워는 취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차이나 불링(China Bullying)’으로 불리는 샤프파워는 타국의 정부와 기업이 미래 행동에서 중국의 이익을 예상하고 존중하며 따르게 하겠다는 장기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샤프파워 사용을 자제한다. 경제 부진이 배경이다. ‘제로 코로나’ 3년 동안 치른 경제 비용을 만회하고 중진국 함정까지 돌파하려니 보복은 사치가 됐다.
 
샤프파워 효과도 감소했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대응은 강화됐다. 최신 버전은 ‘집단적 회복탄력성(Collective Resilience)’이다. 재난을 겪은 뒤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탄성·회복력을 집단적으로 갖추자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제안이다. 그는 포린어페어스 최신호에서 “중국이 단일 회원국을 괴롭힐 때마다 필수 재화에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클럽을 조직하자”고 주장했다. ‘집단적 회복탄력성’은 무역전쟁을 위한 전략이 아니므로 방어를 위한 순수한 경쟁 전략으로 다듬자고 강조했다. 다국적 대응만이 향후 중국의 약탈적 행동을 저지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모두 단결해야 한다”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와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최근 방역 보복처럼 중국발 샤프파워는 여전히 한국을 괴롭힌다. “힘을 바탕으로 진정한 대등 관계가 수립될 때에야 전통적 조공관계를 바탕으로 한 화이사상으로 가꾸어진 중국인들의 한국인 멸시감이 사라질 것이다.” 한·중 수교 직후 한국의 강한 민주역량을 주문했던 고 민두기 서울대 교수의 조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신경진 /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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