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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지표들] 연준, 인플레이션 잡고 연착륙 자신감

비즈니스 환경·디퓨전·경기선행 등 각종 지수 연내 경기둔화 예고
고용시장 여전히 양호…향후 연준 행보·고용시장 전개 가장 큰 변수

2023년 시장의 화두는 단연 ‘불황’이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행한 초고속 긴축이 과연 불황을 가져올 것인가 여부에 투자자들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을 동반한 하락장과 그렇지 않은 하락장이 주는 타격감은 역사적으로 크게 달랐다. 지금 시장은 불황을 비껴갈 수만 있다면 더이상의 출혈 없이 다시 상승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는 과연 불황을 피해갈 수 있을까. 주요 불황 지표들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연준
 
우선 연준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주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과정이 시작됐다고 여러 차례 반복 언급했다.  
 
기자회견을 하는 파월 의장에게서는 이전과 다른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언가 쫓기는 듯한 모습이 많았던 이전 회동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는 평가가 많다. 그간의 금리 인상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 듯하다.  
 
연착륙, 혹은 ‘무착륙’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고용지표는 50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18만5000개의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다. 실업률도 지난 69년이래 최저치인 3.4%를 찍었다. 고용시장이 양호한 상태를 지속하기는 했지만 지난 1월에는 오히려 더 ‘핫’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견이 더욱 분분해졌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와 불황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기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동시에 높아졌다.
 
▶필라델피아 연준 ADS 지수
 
필라델피아 연준이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조사하는 지표가 있다. 흔히들 ADS 인덱스라고 줄여서 부른다. 주로 경기 후행지표들 여럿을 포함하고 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페이롤, 산업생산량, 실질 개인소득, 가공 무역 부문의 실질 매출,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치 등이 반영된다. 지수가 양수가 나오면 비즈니스 환경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음수가 나오면 불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7일 현재 ADS 지수는 -0.2로 나왔다.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비해선 높아졌지만 비정상적으로 활발한 고용시장의 영향 탓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ADS 지수는 현 비즈니스 환경이 건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준 ‘디퓨전 인덱스(Diffusion Index)’
 
필리 지역의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경제의 최전방에 있는 사업체들이 체감하고 있는 경기와 사업전망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고용현황, 원자재 비용, 재고현황 등에 대해 조사한다. 증감에 대한 답변의 차이를 지수화해 경기동향지수로 불린다.  
 
변화의 방향만을 측정하는 지수라고 볼 수 있다. 12월 중 지수는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점 아래에 머물러 있다. 결과적으로 경기활동이 위축된 상태임을 나타내고 있다.
 
▶불안지수(Anxious Index)
 
불안지수는 경제전문가들의 불황 예상지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다음 분기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불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해 4분기 불안지수는 47.2%를 기록했다.  
 
올 1분기 GDP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 경제전문가들이 전체의 50%에 가까웠다는 의미다. 이는 2000년대 초기 닷컴 버블붕괴 당시와 비슷한 수치이고, 금융위기와 함께 온 불황을 예고한 2008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치이다. 불안지수가 40% 이상을 찍으면 매번 불황이 현실화됐다.  
 
지난 1968년 이래 있었던 여덟 차례의 불황에 앞서 불안지수는 모두 40%를 넘어선 바 있다. 결국 현재의 불안지수는 연내 불황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콘퍼런스 보드 경기 선행지수(LEI)
 
열 가지의 경기 선행지수를 포괄하는 지표다. 제조업 현황, S&P500 지수, 10년물 연방 국채와 기준금리의 차이 등이 여기 포함된 선행지수들이다. 경기순환의 변곡점을 약 7개월 앞서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0여년간 비교적 정확하게 경기순환 지점을 예측해 왔다.  
 
지난 12월 이 지수는 전월 대비 1%가 빠졌다. 11월에는 1.1%가 떨어졌다. 아직 2000년대의 닷컴 버블 시기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추락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가장 분명하게 불황을 예고하고 있는 지수이기도 하다.
 
▶콘퍼런스 보드 고용 트렌드 지수(ETI)
 
고용 관련 지표 여덟 종류의 변동 추이를 반영한다. 고용시장 전반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지난 12월 ETI는 전달보다 소폭 떨어졌다. 3개월 연속 내려간 것이다. 신규고용 창출이 둔화하고있지만 여전히 양호한 고용시장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나온 신규 일자리 수치는 ETI를 오히려 올라가게 할 수도 있다. 이외 시카고 연준이 발표하는 전국 경제활동지수(CFNAI)는 현재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고용지표를 제외한 ADS 지수, 경기동향지수, 불안지수, 콘퍼런스 보드 경기선행지수 등의 현재 수치는 올해 불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연준의 행보와 고용시장의 전개가 올해 혹은 내년 중 경기불황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kenchoe@allmeri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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