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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두 이야기

오늘이 입춘, 내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뉴욕·뉴저지는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도 안 되었다 싶은데 벌써 입춘? 헛발질하는 음력을 무안케 하려 함인지 연일 이상기온이 계속 중이다. 아무튼 내일은 상원(上元) 또는 오기일(烏忌日)이라 부르는 계묘년 정월 대보름날이다.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 즉 ‘까마귀 제삿날’로 지킴은 삼국유사가 아래와 같이 그 기원을 설명하고 있다.
 
신라 소지왕이 정월 대보름날, 궁을 나와 천천정으로 행차를 하는데 갑자기 까마귀와 쥐떼가 나와 시끄럽게 울더라는 것이다. 그런 뒤 쥐 한마리가 사람의 말로 “이 까마귀 가는 곳을 따라가 보라” 하자 왕이 하도 신기하고 놀라워 한 신하에게 눈짓으로 그렇게 하라고 명한다. 명을 받은 신하가 까마귀를 따라 어느 연못에 이르자 돼지 두 마리가 싸우고 있는데 그 모습을 구경하다 아차! 까마귀 행방을 놓쳐버렸다. 당황해하는 신하 앞에 한 노인이 연못에서 올라와 봉투 하나를 건네며 “만약 봉투를 열어 내용을 읽으면 둘이 죽고 읽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는 이상한 말을 남긴 뒤 사라졌다.
 
궁으로 돌아온 신하가 왕에게 노인이 남긴 말과 함께 문제의 봉투를 건넸다. 이에 임금은 두 사람이 죽는 것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편지 읽기를 주저하는데 옆에 있던 일관이 “전하! 두 사람이라 함은 일반인이고 한 사람이라 함은 전하를 말함이니 편지를 읽어심이 좋을 듯하나이다” 하는 것 아닌가. 왕이 옳게 여겨 봉투를 열어 보니 “사금갑(射琴匣) 즉 거문고 갑(케이스)을 쏘세요” 라고 적혀 있다. 왕이 활을 집어 온 힘을 다해 쏘니 화살이 거문고 갑을 관통하였고 시신 둘이 나왔는데 왕비와 인근 사찰의 중이었다. 왕비가 중과 간통한 것도 모자라 이날 밤 왕을 시해코자 거문고 갑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후 정월 대보름이 되면 신라에서는 찰밥을 지어 까마귀를 제사(烏忌日)하는 풍습이 생겼다.
 
성경에도 까마귀가 등장하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북왕국 왕 아합이 눈이 멀어 이방여자이세벨을 왕비로 삼고 그녀가 가져온 바알을 위해 신당을 세워 제사하는 등 언약 백성의 도를 배반하자 이에 격노하신 하나님이 선지자 엘리야를 아합에게 보내 수년 동안 극심한 가뭄이 올 것을 경고케 하신다. 그런 뒤 엘리야에게는 “요단 앞 그릿 시냇가에 숨어 그곳 시냇물을 마시라. 내가 까마귀들을 명하여 거기서 너를 먹이게 하리라” 하셨고, 실제로 까마귀들이 아침과 저녁에 떡과 고기를 물어와 그를 공궤케 함으로 훗날 갈멜산에서 하나님이 그를 통해 바알이 가짜 신임을 증명케 하신 뒤 바알선지자 450명을 몰살케 하시는 통쾌한 이야기다.
 


소지왕 이야기는 까마귀의 영험함이 불의한 두 사람을 죽이고 지고지순한 왕의 목숨을 건졌음을 들어 까마귀 제사의 당위성을 말하는 것이라면 엘리야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이 까마귀 같은 미물일지라도 당신 사람의 목숨을 보전케 하는 도구로 사용하실 수 있음을 선보인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이야기 같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전자가 까마귀를 주연 삼아 ‘임금의 목숨은 하늘이 보호한다’ 같은 뭐? 세뇌성이야기라면, 후자는 창조주 하나님이 우주 만물의 주인 되시니 ‘예배는 하나님 한 분으로 족하다’는 기독교 신앙의 기본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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