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제협약’ 지키지 않는 한국
한국도 2012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하지만 강제집행 규정의 미흡으로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인 제이 성씨는 4년째 자녀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 배우자가 지난 2019년 무단으로 자녀를 데리고 한국으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성씨는 법적 절차를 통해 한미 양국에서 양육권을 인정받은 상태지만 아직도 자녀를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불합리한 절차 때문이다. 한국도 헤이그 협약에 따라 양육권 관련 접수는 받고있지만 그 이후의 절차는 가정법원 소송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소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탓에 아동 반환 명령의 미집행, 혹은 지연이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존 시치라는 분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한국으로 자녀들을 무단으로 데려간 전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까지 했지만 아직 자녀들을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녀를 데리고 있는 전 배우자가 법원 명령 집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법원 명령을 어기면 징역형까지도 받게 되지만 한국은 이 경우 행정질서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 정도로 끝나 집행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성씨도 전 배우자 상대 소송에서 이겼지만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과태료 및 감치 선에서 끝이 나버렸다. 한국에서는 아동 탈취가 형사 사건이 아닌 민사 사건으로 분류돼 경찰의 조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가사소송법 제68조에 따라 탈취 부모에 대해 강제 인도 명령을 집행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집행관이 ‘독자적인 의사판단 능력이 인정되는 연령대’의 자녀에게 직접 의사를 물어봐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아빠랑 살래? 엄마랑 살래?’ 를 물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적인 의사 판단 능력이 인정되는 나이는 몇 살부터일까?
한국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의사 능력은 ‘자신의 행위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달 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다. 이러한 의사 능력은 대체로 초등학생 정도로 생각되지만, 가족법상의 행위는 한층 더 성숙함이 필요하기에 법률 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 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초등학생도 안된 아이들에게 집행관의 이러한 질문이 타당한가 라는 의문이 든다.
이처럼 한국에서 아동 반환 판결이 나더라도 집행력 부재 등으로 특별한 진전이 없는 일이 반복되자 미 국무부는 결국 지난해 한국을 ‘헤이그 협약’ 불이행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은 국제법 미준수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한국은 국제법 준수를 위한 법 집행력 확보 노력과 함께 아동 반환 재판 과정에 아동 전문가나 상담가의 의견을 반영하여야 한다.
법은 사회적 규범으로 사회 현상을 반영해야 한다. 또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제정되고 집행되어야 살아있는 법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갖게 된다.
한국 정부가 국제법 준수에 앞장서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며 국민의 인권도 보호될 수 있다.
김예진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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