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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나에게 문학은

문학은 나에게 참 자아를 찾아가게 해주는 길이다. 내가 진정 추구하는 것, 나의 내면을 채워 주는 것,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그 무엇 말이다. 문제는 그 여정이 너무 어렵고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 점이 문학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적 욕심이 많았다. 아마도 박사학위도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중앙일보 문학 교실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05년 2월이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나의 문학으로의 여정은 어쩌다 뭍으로 나온 물고기가 물을 만나 신나게 바다로 헤엄쳐나가는 과정이었고 이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 당시 나의 우울증은 빈둥지 증후군에서 시작되었다. 아들딸이 대학으로 떠나고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계속 구겨지고 있었다. 좋은 차, 좋은 집 그리고 내가 그토록 선망했던 유럽 여행, 파리·런던을 혼자 누비고 다녀도 가슴 속은 더욱 비워져만 갔다.  
 
그러던 중에 한 사건이 터졌다. 2004년 10월 21일 연중행사인 베어마운틴에 단풍 구경을 갔다. 유난히도 찬란했던 가을 햇살, 적당히 기분 좋게 간질이는 소슬바람, 그리고 오색영롱한 단풍잎들이 절대자의 지휘봉 아래 축제의 향연을 열고 있었다. 그 눈부신 광경에 나는 숨이 막혔고 말문조차 막혔다. 그 감동과 감흥을 표현할 말을 잊었다. 아니 난 아예 처음부터 모르고 있었다. 그날 밤 난 집에 와서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가슴 속은 터질 듯이 무언가 꽉 차 있었는데 말로도, 글로도, 그림으로도 표현할 방법을 몰라 넋 놓고 울었다. 밤늦게 난 동양화 물감을 풀어 그 마법의 색채를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붓을 놀렸다.  
 
그 해 그렇게 힘든 겨울을 맞고 2005년 2월 남편 생일날 학연으로 알게 된 최복림 시인이 우리 집에 오셨다. 그때 최 시인이 나를 문학 교실로 유인(?)하셨다. 그렇게 나와 김정기 선생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미국 생환 28년, 한국말도 글도 어눌했던, 그렇다고 영어에 능수능란했던 것도 아닌 디아스포라의 고통과 아픔을 다시 한번 겪어야만 했다. 나의 한글 실력은 1977년에 멈췄고 오히려 퇴화한 상태였다. 말도 글도 쓰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김정기 선생님의 가르침은 그 당시 나에게 생명수였다. 미국 직장과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한국어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선생님의 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큰 노력과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우선 잃어버린 내 한글 실력을 1977년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또 1977년부터 2004년까지의 공백 기간도 메꾸어야만 시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현대 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김정기 선생님의 전공이 현대 시임을 나는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 김영랑, 서정주 시인들은 한국 문학의 역사이자 고전이다.  
 


세상은 계속 진화한다. 역사를 공부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노력이 현대인의 몫이다. 선생님은 항상 트렌드를 읽으신다. 예리하신 촉으로 우리를 채찍질하시고 사랑의 매도 서슴지 않으신다. 비록 늦게 시작한 문학 공부이지만 나에게 생의 활력과 기쁨을 불어넣어 주신 김정기 선생님께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람은 꿈을 갖고 산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다. 해야 하는 일로 난 간호사를 택했고 만족한다. 생의 중반을 넘어서 진정 내가 하고 싶고 행복할 수 있는 일로 난 문학을 택했다. 내 몸 안에는 항상 문학에 대한 갈증과 열정이 있었다. 줄탁동시! 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안팎에서 새끼와 어미 닭이 동시에 서로 쪼아야 병아리가 부화한다는 뜻이다. 김정기 선생님은 나에게 어미 닭이시다. 나에게 문학의 매력은 공부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닿을 듯 닿을 듯하면서도 다시 달아나는 신기루와 같은 존재이다. 아니 어쩌면 오아시스와 같아서 계속 찾아가야만 하는 여정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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