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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물컵 낙하사고

라스베이거스 북서쪽에 위치한 서머린이란 동네는 초저녁에도 인적이 없고 한밤중처럼 적막이 흐른다. 그런데 쨍그랑하는 요란한 소리가 이 적막을 깨운다. 이층에 있던 딸과 사위가 놀라 뛰어 내려왔다. 내가 물을 따르다 그만 물컵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큰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사고가 일어났다. 물 세례를 받은 유리 조각들은 산산 조각이 되여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어쩌다가 이런일이….' 딸과 사위는 괜찮냐고 물으면서 순식간에 말끔하게 치운다. “세상에 딸집에 와서 이게 무슨 꼴이람.” 혼자 중얼거려본다. 매사에 조심성이 있다고 자부하던 나는 한동안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맥없이 한골 먹은 골키퍼의 심정이 됐다.
 
특별히 큰 사고를 참사라고 한다. 우리 주위에는 교통사고를 비롯해 매일 크고작은 다양한 사고들이 발생한다. 그중 하나가 안전사고다. 안전 관련 사항들을 충분히 교육하고 숙지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를 의미한다. 따라서 안전사고의 원인은 안전 규정에 대한 무지와 나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사는 곳에 사고가 없을 순 없지만 새해에는 가급적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3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세월은 느리고도 빠르게 지나가는 배와도 같은 것 같다. 어려운 일을 만나면 가던 세월도 멈추듯 하다가 좋은 일이 생길땐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아마 세월은 우리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모양이다. 딸네가 이곳으로 이사 온지도 1년이 넘었다. 바깥 날씨는 제법 싸늘하고 추운 편이다. 손이 시렵고 옛날 한국에서 느꼈던 겨울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장갑과 마후라가 간절하다 .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은 코로나19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되살리는 계기였다. 그리고 우승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는 오랜 꿈을 이뤘다. 세계 최고 축구선수인 그는 귀신같은 드리블, 절묘한 패스와 슈팅으로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 월드컵에서 형편없는 활약으로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그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대표팀에서 은퇴 선언까지 했었다. 하지만 메시는 한 시골 초등학교 교사의 편지를 받고 생각을 바꿔 6주만에 대표팀에 복귀 선언을  했다고 한다. 편지는 ’승리에만 가치를 두고 패배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내용이었다. 또 진정한 영웅은 패배 했을 때 포기하지 안고 결과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일을 해 행복할 수 있다면 가장 위대한 우승자가 되는 것이라고 메시를 격려했다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가 있고 좌절 할 때가 있다. 2023년은 실수와 패배를 통해서도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물컵 낙하사고로  대형사고를 막은 기분이다.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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