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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엔 새해 무렵이면 서로에게 주고받는 새해 인사로 카톡이 북적인다. 우편으로 신년카드를 받던, 전화로 안부를 묻던, 평소 생각하고 있던 지인이나 친척, 연로하여 걱정되던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하게 된다.  
 
복 많이 받으라 해서 꼭 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잘 되기를, 복 많이 받는 한 해가 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덕담하게 된다. 그 말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싫다 할 사람이 없을 듯하다.
 
우리 어릴 때 새해 명절은 음력 설을 쇠곤 했다. 며칠 전부터 어머니의 동태를 살피며 올해는 무슨 설빔을 준비하고 계신가? 또 설날 먹을 맛 난 음식을 그려보며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설날 아침 부모님은 아침 일찍 우리를 새로 지은 설빔을 입혀서 고개 너머 마을 큰집으로 데리고 갔다. 큰집엔 이미 아버지의 여러 형제와 그들의 식구들이 다 모여서 시끌벅적하다. 아버지와 남자 어른들은 먼저 제사를 드리고, 아침을 먹은 후 할머니께 세배하고 동네를 돌며 연세 많으신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러 다니시곤 했다. 모두 흰 두루마기를 단정히 입으시고 설날 늦게까지 동네를 도시던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들의 모습이 어렸을 적 보았던 내 기억에 조금 남아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모습들이 아름답게 여겨진다. 새해를 맞아 연세 드신 어른들을 찾아뵙고 공경하는 것은 볼품없이 늙어 아무 힘이 없으나 노인들이 살아온 그 연륜을 높이고 존경하는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더러 음력설까지 챙겨 쇠는 집도 있겠으나 대개 1월 1일을 명절로 지키게 된다. 국가 공휴일로 거의 모든 학교나 직장이 다 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넓은 땅에 흩어져 사는 관계로 가족과 친척들이 다 모여 새해를 맞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는 자녀들이 다 가까이 살기 때문에 때마다 모두 모일 수 있다. 새해엔 떡국을 끓여 먹으며 자식들에게 세배를 받는 행사를 빠지지 않고 한다. 손주 놈들은 크리스마스에 이어 설날 세뱃돈을 주 수입으로 계산해 놓고 기다린다. 올해도 온 가족이 모여 풍성한 음식으로 밥을 먹고 손주 놈들은 쭈뼛쭈뼛 세뱃돈 받을 시간을 재는 눈치다. 딸네 아이들이 먼저 세배를 했다. 그 아이들은 이제 많이들 커서 일사불란하게 세배를 마쳤다. 해마다 똑같은 할아버지의 훈계인지 덕담인지 긴 설교 뒤에 세뱃돈을 나누어준다.
 
이제 아들네 두 형제의 세배 차례가 되었다. “시작!” 하는 내 구령에 맞춰 절을 하는데 아직 어린 작은 놈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아 멀뚱하니 서 있다. 혼자 절을 하고 일어난 큰놈이 아우에게 “Do it!”이라며 소리친다. 모두 한바탕 웃고 나서 어른들은 작은놈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또박또박 천천히 따라 할 수 있게 가르쳐준 후 다시 세배하고 세뱃돈을 받았다. 물론 1.5세인 내 자식들의 세배는 이미 학습되어 이젠 자연스럽다.
 
내가 한국말이 쉽지 않은 손주들에게 새해마다 세배를 하게 하는 것은 세월이 많이 지난 후에도 그들의 머릿속에 새해엔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새해 인사를 하는 한국의 좋은 풍습을 가르치고 배우게 하기 위함이다.  
 
지난해에는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몸을 다독이느라 힘들었다. 올해는 검은 토끼처럼 팔짝팔짝 뛰어 높은 산도 오를 수 있는 건강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복 많이 받는 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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