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스토리] 타운 길이름 샌드위치, 재료는 이민 애환
한·일·필리핀계 '오픈마켓' 개업
서양·아시안 음식 색다른 접목
"차세대 '모국의 맛' 향수 자극"
커피숍, 와인 전문공간도 마련
LA한인타운 윌셔 블러바드 선상에 아시안 음식을 재해석한 맛집이 등장했다. 한인, 일본계, 필리핀계가 뜻을 모아 문을 연 '오픈 마켓(Open Market)'이 주인공.
큰 빌딩 사이에 파란색 상호명을 붙이고 오픈한 이 업소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샌드위치 전문점 같지만, 내부에는 컴퓨터와 책을 놓고 커피를 즐기는 이들도 가득하다. 한쪽에는 웬만한 와이너리를 옮겨놓은 듯 젊은층이 선호하는 다양한 레이블의 와인이 주인을 기다리고, 안쪽에는 한국 소주와 일본 사케 등 '한일 주류전'도 펼쳐진다.
얼핏 업소의 정체성이 의심 갈 정도. 흔한 '짬뽕' 같지만, 개성이 강하다. 특히 샌드위치 메뉴에는 이 업소가 추구하는 '한인타운 이웃과 함께'라는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13~16달러인 샌드위치 메뉴는 올림픽, 놀만디, 마리포사, 힐스트리트, 켄모어 등 길이름을 땄다. 한인타운 이웃은 메뉴 주문 시 5% 할인도 해준다.
시그니처 메뉴인 참치 김밥 샌드위치처럼 한국인이라면 반가운 조합이 눈에 띈다. 참치, 마요네즈, 다진 절인 무, 우엉 뿌리 등 참치 김밥의 속재료를 감싼 샌드위치는 퓨전 그 자체다.
가게를 연 이들은 한인타운과 LA에서 나고 자란 아시아계 차세대들이 좋아하는 맛과 모국 맛의 향수를 최상의 레시피로 절묘하게 담았다.
주방을 맡은 앤드류 마르코는 "아시안 아메리칸 이민자의 자녀들이 스스로 해 먹었던 요리가 특징"이라며 "샌드위치가 아메리칸 포맷이라면 아시아계 이민자의 자녀인 우리는 빵 사이에 우리 손맛(아시안 음식 재료)과 목소리(포용의 문화)를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이민생활 속에서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아는 방식으로 조리해 먹었고 성인이 된 그들에게는 이런 메뉴들이 '추억의 맛'으로 각인됐다.
앞서 마르코와 랄프 샤오는 '라이스 가이'라는 팝업스토어로 성공한 적이 있다. 가게를 닫은 뒤 브라이언 이씨가 두 셰프에게 새로운 아침 식사와 샌드위치에 대한 개념을 소개했고 이씨의 아내 유나씨까지 넷이 의기투합해 오픈 마켓을 열었다.
더 나아가 이씨는 샌드위치 가게의 틀에서 벗어나 커피숍과 와인 전문 공간도 마련했다. 커피를 맛보는 이들은 일본식 입맛인 미소 된장을 넣은 브라운 버터 초콜릿칩 쿠키도 맛볼 수도 있다.
특히 와인 클럽은 이씨가 바라는 한인타운 이미지 개선 의지가 담겼다. LA에서 자란 이씨는 "한인타운 하면 소주, 사케, 맥주를 많이 떠올리지만, 와인을 좋아하는 이웃들이 소통하는 클럽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픈 마켓은 와인 클럽 회원제를 통해 매달 15일 시음회를 진행하고, 온라인 와인 주문시 10% 할인 혜택도 준다. 음력설을 맞아 26일에는 베이징덕(Peking Duck) 시식회도 계획 중이다.
한인 1세에게는 새로움을, 2세에게는 향수를 선사하며 한인타운의 다양성을 더해가는 오픈 마켓의 변신에 관심이 쏠린다.
▶오픈 마켓(3333 Wilshire Blvd., LA), 전화(213-232-3851), 웹사이트(openmarket.la)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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