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뉴스 포커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배신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괴짜 경영인’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는 기네스북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이번 타이틀은 불명예스럽다. 1년간 재산을 가장 많이 까먹은 신기록이기 때문이다. 기네스는 2021년 11월부터 이달 초 사이 머스크의 재산이 1820억 달러 줄었다며 등재 이유를 밝혔다. 기존 기록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2000년 기록했던 586억 달러다. 손 회장의 586억 달러는 인플레를 감안 현 가치로  환산할 경우 1000억 달러 수준이라고 하니 머스크와는 비교가 안 된다. 머스크의 천문학적 재산 손실은 테슬라의 주가 폭락이 원인이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테슬라 주식은 그야말로 로토였다. 자고 나면 오르는 주가 덕에 투자자들은 행복했다. ‘테슬라 대박’으로 조기 은퇴를 생각하거나 실제로 결행한 투자자도 많았다. 한인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식투자 좀 한다는 사람은 대부분 테슬라의 주주가 됐다.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였다. 물론 당시에도 경고음은 있었지만 합리적 판단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테슬라 대박’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앉아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테슬라 주가의 성적표를 보면 이런 조바심도 무리는 아니었다. 2010년 6월29일 상장한 테슬라의 주당 가격은 17달러였다. 금융정보 매체 모틀리풀(Moteley Fool)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테슬라 주식에 1만 달러를 투자하고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지난해 중반 그 가치는 260여만 달러에 달했다. 12년 만에 2만6000%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 기간 증시 전반이 호조를 보이긴 했지만 이런 수익률은 독보적이다. 그런데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3분기 이후 급락세를 보이며 주당 300달러 대서 지금은 간신히 12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이다.    
 
투자자들이 테슬라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꼽는 첫 번째 이유는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믿음이다. 그는 테슬라 투자 전 세계 최대 전자결제서비스 업체인 페이팔(paypal)을 창업해 대박을 쳤다. 그리고 페이팔 매각 자금으로 2004년 테슬라에 투자했고, 이후 최대 주주가 됐다. 투자자들은 한발 앞서 전자결제서비스와  전기차의 가능성을 본 그의 사업적 안목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기차 시장의 확장성에 대한 낙관이었다고 한다. 이런 가능성을 믿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테슬라는 적자를 기록해도 주가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머스크는 정말 수완이 뛰어난 비즈니스맨이었다. 그가 테슬라 확장에 열을 올리던 2015년 무렵 정부 보조금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그의 사업들이 각종 정부 보조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당시 공개된 연방정부나 각 주정부들의 지원금 규모는 총 49억 달러에 달했다. 사업은 국민 세금인 정부 돈으로 하면서 주가 상승 혜택은 본인이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주정부들은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테슬라 유치에 나섰다.  머스크는 클린 에너지 개발과 고용 창출이 정부의 주요 관심사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테슬라의 이번 주가 폭락에는 ‘오너 리스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위해 테슬라 주식을 대량 매각했고 인수 후에는 대량 해고를 단행했다. 그런가 하면  잇단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머스크를 시장의 미래를 볼 줄 아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막무가내의 위험한 사업가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머스크를 믿는 투자자들도 많은 것 같다. 이들은 반등을 기대하며 테슬라 주식의 손절매 대신 있는 돈, 없는 돈 모아 추가 매입을 하는 모양이다.  이들에게 ‘계란은 한 곳에 담지 말라’는 투자의 기본을 말하는 것은 너무 한가한 조언일지 모르겠다.  다만 머스크는 1820억 달러를 날렸어도 아직 남은 재산이 1470억 달러나 된다고 한다.  

김동필 / 논설실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